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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단상) 응급실 앞에서 멈춘 생명, 누구의 책임인가

등록일 2026-02-10 15:47 게재일 2026-02-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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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출 시민기자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위기를 맞는 이른바 ‘뺑뺑이’ 사건은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얼마 전 경기도에서 발생한 임산부 응급 이송 사례 역시 사회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이렇게 묻는다. 이는 의사의 무책임인가, 의료기술의 한계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붕괴인가.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대부분의 응급실 의료진은 환자를 가벼운 마음으로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법적 위험 속에서도 생명을 살리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본다. 문제의 본질을 개인의 윤리나 직업의식으로만 돌리는 순간 해법은 멀어진다.

현실의 응급의료 체계는 이미 한계선에 도달해 있다고 본다. 응급환자를 수용하려면 단순히 침상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 수술실, 중환자실, 마취 인력, 신생아 집중치료 역량까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나 소아, 중증 외상 환자는 ‘응급실 진입’이 곧 ‘치료 가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병원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무리하게 떠안는 것이 또 다른 위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기술의 문제도 일부 존재한다. 지역 간 의료 격차, 고위험 분만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의 부족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이 작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투자, 인력 배치의 문제에 가깝다고 본다. 특히 일부 지역에 고위험 분만 인프라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현장의 의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핵심은 시스템이다.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명확하지 않고, 병원 간 역할 분담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국가가 최종 책임자로 기능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 비극을 낳는다. ‘어디든 가면 누군가는 받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매우 위험한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개선의 방향은 분명하다. 먼저 고위험 응급 분야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 분만, 소아, 중증 외상은 시장 논리에 맡길 수 없는 영역이다. 다음으로 실시간 병상·인력 연계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응급 이송 단계에서부터 수용 가능 여부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응급환자 수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제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응급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핵심이다. 한 생명이 병원 문 앞에서 멈춘다는 사실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공동체의 실패다. 분노를 넘어 구조를 고치지 않는다면, 다음 뺑뺑이의 주인공은 언제든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책임을 찾는 데서 멈추지 말고,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석종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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