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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0대는

등록일 2026-02-04 15:24 게재일 2026-02-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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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조금 천천히 살아보려 한다./언스플래쉬

최근 유튜브에서 에픽하이의 영상을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30대에 접어든 아이돌 가수가 게스트로 출연한 콘텐츠였고, 에픽하이 멤버들이 질문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형식이었다. 대화 도중 타블로는 게스트에게 “40대에서 30대를 돌아보니 30대가 정말 좋았다”는 말을 꺼냈다. 다소 의외라는 듯 모두가 의아해하자, 그는 곧이어 “그때는 정말 건강했고, 지금보다 훨씬 어렸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도 30대에 들어선지 2년이 흘렀다. 올해 32살인 나는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내 나이를 말하거나 약 봉투에 내 나이 만 31세라는 숫자가 찍혀있을 때마다 흠칫 놀란다. 아주 어린 날, 내게 알파벳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이 34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숫자가 정말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어른이 되려면 34살쯤은 되어야 하는구나 생각했고, 선생님의 오른손목에 걸린 금시계나 반짝이는 높은 구두를 보며 어른의 삶이란 저런 것이겠구나 하고 몰래 동경하곤 했다.

 

그런 내가 이제 34살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30대가 되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통장이 더 두둑할 줄 알았고,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아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고, 자차도 멋지게 끌면서 주말마다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도 멋지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에 가까워서 생각보다 서른이란 별 볼 것이 없는 것 같다가도 실은 내가 서른이라는 나이의 능력치에 한참 못미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나의 서른이 의미 없거나 초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태껏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그곳에서 버티기 위해, 월세를 내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써왔다. 전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자리 잡기 위해 접시를 닦고 음식을 나르고 청소를 하며 버텼던 시간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노력의 형태들은 아직도 내게 너무나 선명하고 소중하다.

 

30대에서 20대를 돌아보니 20대에는 모든 것이 불안정했다. 직장도, 직무 경력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도, 내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불안을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 서툴렀다. 그래서 하루 빨리 내가 더 성숙해져서 모든 것이 안정화되었음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했었으니까.

 

그렇담 40대가 되어서 30대를 돌아보면 어떨까? 나도 가수 타블로의 말처럼 40대가 되어보니 30대가 정말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 30대 초반인 나는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훗날 40대가 되어 30대를 돌아볼 때 “그때 참 좋았지, 정말 씩씩했었어”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주어진 30대라는 나이를 잘 살아내야만 한다. 확실히 20대에 비해서 나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달라졌다. 예전에는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않아 타인에게 이끌려 다니기 일쑤였고, 악의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휘둘리거나 손해 보기 바빴다. 이제는 내 안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해져 사람을 대하는 일에 조금 더 익숙해졌고, 좋은 사람에게는 마음을 표현할 줄 알게 된 것도 기쁘다.

 

지난 여름 함께 시를 쓰던 언니를 만났다. 언니와는 정말 오랜만에 만났지만 나와 10살 넘게 차이나는 언니는 지금 내 나이가 한참 반짝인다며, 어떤 도전이든 응원한다고 말했다. 언니가 건넨 다정한 말이 언니와 헤어지고 나서도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언니 말대로 늦은 것은 없다. 너무 늦은 애정도, 너무 늦은 후회도, 도전도, 열정도 너무 늦은 것은 없다. 동시에 30대에 무조건 이루어야 하는 목표도 행복이라는 강박도 없다.

 

법륜스님은 인생에는 해야 하는 게 없고 안 해야 되는 것도 따로 없다고 말한다. ‘뭘 해야 한다’ 이전에 내가 현재 어떤 상태 있는지 알아차리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각 이후 선택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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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시인

그러니 요즘은 조금 천천히 살아보려 한다. 불안해지면 억지로 앞서가려 하기보다 지금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면서. 완벽한 30대를 만들기보다 나에게 가장 솔직한 30대를 살아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모으면 언젠가 돌아본 내 30대가 분명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조급함 대신 오늘의 속도를 믿어보려 한다. 크고 화려한 성취보다, 작지만 단단한 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기면서.
/윤여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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