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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권함

등록일 2026-01-28 16:40 게재일 2026-01-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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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도서출판 허클베리북스

나의 여덟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가까운 사람들부터 천천히 내 신간이 나왔다고 소문을 내야 한다. 주변에 책 나왔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내게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 준다. 

 

처음에는 머쓱했는데 이제는 그냥 싱긋 웃는다. 누군가 자기 일을 하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어 놓는 모든 일들은 사실 모두 칭찬받을 만 한 일이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들, 흙 밖에 없는 땅에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사람들, 맛있는 스파게티나 떡볶이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신간 소식을 전하는 내게 질문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먼저 자기도 언젠가 책을 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일단 글을 쓰라고 말한다. 책을 채우는 기본적인 내용물은 결국 글이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 중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책은 낼 수 없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내 생각에 글을 잘 쓰는 방법과 운동을 잘 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은 결국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잘 한다. 약간의 재능을 타고 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운동이란 것은 그것을 많이 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잘할 수 없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많이 써야 한다. 글쓰기도 운동도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그것을 잘 하기 위한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한다. 꼭 어디 발표하거나, 책을 내거나,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러닝 열풍에 힘입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황영조나 이봉주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 중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조금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이다. 나는 생활 속의 글쓰기 역시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생각을 모아야 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쉽게 잘 정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가 하고 있었던 생각이 구체화되고 또렷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 머릿속에 분명히 있었으나 자각하지 못했던 어떤 생각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사람의 행동은 결국 생각의 산물이다. 생각이 정돈되면 확신이 생기고 행동에도 체계가 생긴다. 생각이 다양해지면 행동의 반경도 넓어진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지혜로운 사람이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또한 글쓰기는 휘발되고 마는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은 점점 더 소중해진다. 그런데 그것들이 허망하게 잊혀지고 마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다. 우리가 경험한 것과 그 안에서 품은 감정들을 짧게나마 글로 남기고 머리와 가슴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일은 우리로 하여금 인생을 보다 촘촘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장황하고 거창하게 써 내려간 대단한 글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몇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수필도 좋고, 솔직한 마음을 담아 몇 줄의 시를 써 보는 것도 좋다. 그것도 조금 막막하다면 몇 단어의 메모로부터 출발하는 것도 괜찮다. 생각해보면 아주 글을 쓰지 않고 쓰는 삶이라는 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지지 않았는가. 

 

인터넷 기사에 쓰는 댓글도 글이고 SNS에 휙 던져놓는 몇 마디도 글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건네는 메시지도 글이고 업무를 위해 주고받는 이메일도 모두 글이다. 글을 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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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 시인

이왕 쓰는 것 잘 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비결을 조금 공개하도록 하겠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확하게 문장을 구사하는 일로부터 출발한다. 어떤 글이건 일단 써 보고 요즘 널리 사용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교정·교열을 요청한다. 그러면 맞춤법 오류와 비문 같은 것들을 수정한 새로운 문장을 내어 놓을 것이다. 

 

기존에 쓴 문장과 수정된 문장을 비교하는 일을 반복한다면 문장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좋은 글감으로부터 나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좋은 글감을 찾는 방법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지면이 부족하다. 강백수의 신간 《뭘 쓸까》에 상세히 적어두었으니 참고하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백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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