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추억이 깃든 장소들이 하나씩 사라져 아쉬워요.”
지난 65년 동안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추억 장소, 대구 아카데미 극장(CGV 대구아카데미)이 오는 23일 문을 닫는다.
아카데미 극장은 한일극장, 제일극장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3대 영화관으로 꼽히며 지역 영화 산업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공간이지만 멀티플렉스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는 못했다.
2009년 12월 한 차례 폐관한 뒤 2014년 CGV가 인수해 운영을 이어왔지만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관객 감소의 여파 속에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폐점을 앞둔 마지막 휴일인 지난 17일 오후 CGV 대구아카데미 매표소 입구에는 달콤한 팝콘 향이 퍼졌지만, 관객의 발길은 뜸했다. 내부 곳곳에는 ‘오는 23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지금까지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가까운 CGV 대구한일, CGV 대구현대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예매한 시민들이 간간이 영화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2000년대 초반 대구 도심을 비롯해 부도심에 새로운 영화관들이 개관하며 영화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당시에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것이 흔했다. 상영 시간을 기다리며 주변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김모씨(52·수성구)는 “아카데미 극장 폐점 소식을 접하고 마지막으로 추억이 깃든 이곳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며 “어릴 때 친구들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모씨(55·경산시)는 “아내와 첫 데이트를 아카데미 극장에서 했고, 아들과의 첫 영화 관람도 이곳에서 했다”면서 “나의 90년대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인데 마음이 씁쓸해진다”고 했다.
최근 국내 박스오피스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영화관 업계는 새해 들어 영업 전략 전반을 재조정하고 있다. 점포 수를 줄이고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는 등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CGV가 전국 16개 극장에서 운영 중인 독립·예술영화 상영관 ‘아트하우스’는 지역에서는 CGV 대구아카데미가 유일하다. CGV 측은 공지를 통해 “아트하우스의 재오픈 일정은 추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