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실용로봇 결합···소재 산업 새 성장축 기대 정부 전략기술 지정에 제조현장 적용 가능성 커져
로봇과 기계를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차세대 제조 혁신 기술로 부상하면서, 철강 산업과 실용 로봇 연구 기반을 동시에 갖춘 포항이 관련 산업 성장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을 실제 설비와 로봇에 적용하는 기술로, 제조 현장의 자동화·무인화를 가속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포항은 국내 최대 철강 산업 집적지이면서, 산업 현장 적용을 전제로 한 로봇 기술 연구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특히 포항에 소재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은 제조·물류·안전 분야 로봇 기술을 연구·실증하는 전문 기관이다. 이미 KIRO는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피지컬 로봇을 개발해온 지능형 실용로봇개발 전문기관이다. 최근 KIRO는 급경사나 험지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국내 산림지형 특화로봇도 개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연구 기반이 향후 피지컬 AI의 산업 현장 적용 확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심이 되는 것과 달리 피지컬 AI는 로봇 구동부, 프레임, 감속기, 구조 부품 등 물리적 요소와 결합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철강 소재 산업과의 연관성이 크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와 산업용 로봇은 경량화와 내구성을 동시에 요구해, 고강도 강판과 특수강, 정밀 가공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에서는 피지컬 AI 확산이 철강 소재의 고부가가치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포항의 한 산업전문가는 “제조업 자동화가 본격화되면 로봇 친화형 소재와 내구·경량 특성을 갖춘 철강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철강과 로봇·AI 기술이 결합되는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항이 소프트웨어적인 기반이 약해 생성형 AI산업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그쳤지만, 피지컬 AI산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미 포항에 있는 POMIA, RIST, KIRO, 철강산단과 지자체 등이 연대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피지컬 AI는 차세대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 기업과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과 미국 증시에서는 피지컬 AI 관련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AI와 로봇을 결합한 피지컬 AI를 경제안보 차원의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제조업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한 사회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AI와 첨단 로봇 기술을 전략 기술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철강·로봇·AI 인프라가 결합된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 확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AI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기술 트렌드 수준을 벗어나 앞으로 제조업 구조 전환과 소재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