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 생활문화 확산⋯연 900회 프로그램 운영 세대·권역 잇는 문화생태계 구축, 축제로 지역 활력 지속성·지역 고유 문화콘텐츠 발굴은 과제로 남아
대구 달성군이 2022년 12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2027년까지 국비를 포함한 총 150억 원 규모의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3년 차를 마무리한 달성문화도시는 지역 문화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주민을 주체로 한 문화생태계 구축을 통해 ‘문화가 삶이 되는 도시 달성’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와 농촌, 세대와 권역 간 문화 격차가 큰 달성군의 지역적 특성상 문화도시 사업은 접근성과 참여 구조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주민 공모사업 ‘모두의 문화’는 주민이 직접 문화사업을 기획·운영하도록 설계돼 일상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는 실험장 역할을 해왔다.
임산부·신생아·전입가구를 대상으로 한 ‘달성보따리’는 ‘달성맘의 품’으로 확대돼 산모 힐링 음악회, 학부모 아카데미, 아동 표현력 프로그램, ‘달성키즈꿈놀이극장’ 등 가족 중심 문화복지 체계를 구축했다.
찾아가는 공연 ‘온달성_멜로디ON’은 문화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짧고 밀도 있는 공연을 선보이며 ‘15분 문화생활권’, 이른바 ‘문화 슬세권’을 구현했다.
달성문화도시 관계자는 “문화도시 사업은 특정 공간이나 행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으로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접근성과 참여를 중심에 둔 것이 달성 문화도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세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한 참여 확대도 눈에 띈다. 청소년 탐방·콘텐츠 제작 프로젝트 ‘쫑긋탐사대’는 지역 명소를 웹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 창작물로 재해석하며 청소년을 문화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성장시켰다.
학교로 찾아가는 달성문화교실과 시니어 문화예술 교육은 문화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세대 간 소통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지역 고유 문화자원의 재해석은 달성 문화도시의 상징적 성과로 꼽힌다. 사문진 나루터와 피아노의 역사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시민참여형 야외오페라 ‘사문진–피아노,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전문 예술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오페라에 시민을 주연으로 세우며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전문 예술인과 80여 명의 지역민이 함께 만든 무대는 참여자들에게 문화 경험이 일상의 활력이 되는 순간을 체감하게 했다.축제와 관광 콘텐츠는 문화와 지역경제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청년이 직접 기획한 ‘달성 청년 워터스플래시’와 국립대구과학관·디아크광장에서 열린 가족 중심 축제 ‘YES! 키즈존’은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며, 대규모 방문객 유입을 통한 관계 인구 형성과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졌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3년간 달성군은 문화도시 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18개 단위 사업으로 재편했으며, 2023년 911회, 2024년 857회, 2025년 835회 등 매년 8~900회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군민의 문화 향유 기반을 크게 넓혔다.
그 결과 달성 법정문화도시 사업은 올해 지방시대위원회 지역균형발전사업 평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2023·2024년 문화도시 평가에서도 연속 우수도시로 평가받았다.
예비문화도시 단계부터 참여해온 한 권역 활동가는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며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문화로 풀어가는 힘이 커졌다”며 “이러한 흐름이 2027년 사업 종료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이 문화의 주체로 서는 도시, 달성의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난 3년간 축적된 성과를 제도와 구조로 안착시켜, 문화가 일회성 ‘사업’을 넘어 도시의 기본 체질로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주민 주도의 생활문화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활동가와 전문 기획 인력에 대한 중장기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고유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데이터화·아카이빙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재단·주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층적 거버넌스를 고도화해 2027년 이후에도 문화가 도시 전반에 작동하는 달성형 문화자생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법정문화도시는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가족친화 문화생태계 강화와 세대 통합형 문화참여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달성형 문화도시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