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정치에서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간의 갈등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회는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법원 조직 개편이나 검찰 권한 조정에 나서고, 행정부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사법부 판결이나 재판 운영에 의견을 표출하는 일이 늘었다. 반대로 사법부는 국회 입법의 위헌성을 판단하고, 행정부의 결정에 제동을 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삼권분립의 원래 의미와 사법부 독립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삼권분립은 국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 집중을 막고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제도이다. 한 기관의 권한이 다른 기관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 권력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삼권분립의 본래 목적이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이나 여론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법관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시민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잃고, 권력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낼 수 있다. 한국처럼 정치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쉬운 환경에서는 사법부 독립이 매우 중요하다.
사법부 독립은 ‘모든 영향으로부터의 완전한 고립’이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사법부는 헌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지만 동시에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일부 법관 임명 절차에 국회와 행정부가 참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참여가 헌법이 정한 절차적 한계를 넘어 정치적 압박이나 재판 간섭으로 변질이 되면 위험하다.
사법부 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사법부가 정치의 하위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 그리고 정치권은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되 사법부가 본질을 벗어난 영역으로 넘어갈 때는 헌법적 논의로 제어한다는 균형에 있다.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세 기관 모두 헌법이 정한 권한의 경계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입법부는 때때로 다수결을 명분으로 사법부 판단을 견제하려 하고, 행정부는 대통령 권한을 이유로 사법부 판결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반면 사법부는 정치적 사안에 판결을 내릴 때마다 ‘정치 사법화’ 논쟁에 휘말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 기관을 향해 ‘월권’과 ‘독재’를 주장하며 비난을 쏟아내는 정쟁이 아니다. 사법부가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의 한계를 자각해야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또한 사법부를 향한 비판이 헌법적 논의를 벗어나 정치적 목적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삼권분립의 궁극적 목적은 어느 기관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국가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석종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