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전자공학부 도윤선 교수팀이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색을 더욱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는 ‘이중 마이크로캐비티(Dual Microcavity)’ 기반 협대역(좁은 파장 폭) OLED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새로운 소재 개발이 아닌 광학 구조 설계만으로 고색순도와 고휘도를 확보해 XR·VR 등 차세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빛의 발광 파장 폭이 좁고 정확해야 선명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국제 초광색역 표준인 BT.2020을 만족하려면 RGB 각각의 발광 폭(반치전폭, FWHM)이 20nm(나노미터) 이하로 매우 좁아야 하며, 특히 녹색 발광 특성은 전체 색역 구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마이크로캐비티는 OLED 내부에서 빛이 여러 번 반사되며 특정 파장을 선택적으로 강화해 주는 구조다. 도 교수팀은 이 구조를 한 층이 아닌 두 층으로 설계한 ‘이중 마이크로캐비티’를 적용해 빛이 방출되는 파장을 더욱 좁고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퍼셀 효과(Purcell Effect)’라 불리는 공진 현상을 활용해 특정 파장에서 빛이 더 강하게 방출되도록 했다.
이 구조를 적용한 결과, 일반 OLED 발광층(약 60nm 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이중 마이크로캐비티 내부에서 빛이 여러 번 공진하며 특정 파장만 선택적으로 강화돼 실제 방출되는 녹색 발광 스펙트럼 폭을 21nm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상용 RGB OLED 대비 35% 개선된 수준으로, BT.2020 표준에 근접한 고색순도 성능이다. 또한 이중 마이크로캐비티 OLED는 최대 12만 4100 nits의 고휘도에서도 효율 저하가 거의 없었으며, 빛의 방출 방향성도 향상돼 AR·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요구되는 조건과 부합했다.
도윤선 교수는 “기존 발광 소재의 한계를 광학 구조 설계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구조는 양자점(QD)이나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협대역 발광 소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향후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한국연구재단의 STEAM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제1저자는 김준용 박사후연구원, 교신저자는 도윤선 교수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