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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띄우는 계절 초겨울, 옛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

등록일 2025-12-02 16:44 게재일 2025-12-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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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시골집 아랫목에 띄어놓은 메주를 보니 옛 기억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수능이 끝났다. 보통의 수능 날은 허연 입김이 서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였다. 언 발을 동동 구르며 교문 밖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수험생 부모들의 모습이 예사롭던 풍경이었다. 그러나 올해 수능은 여느 때와 달리 퍽 포근한 가을 날씨였다. 그리고 그 수능보다 한 주 앞서 ‘입동’이 지났다. 

 

예부터 입동쯤이면 초겨울의 가장 큰 행사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김장과 메주 만드는 일이다. 메주는 한국 가정의 대표 양념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이다. 

 

입동은 가을을 끝내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긴 겨울의 시작에 앞서 어머니들이 부지런히 월동 준비를 했던 시기였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쉴 법도 하건만 정작 아랫목을 차지한 것은 ‘못생김’의 대명사 메줏덩어리였다. 조선 후기 농사 기술과 생활 풍속을 기록한 ‘농가월령가’ 11월령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메주 만들기는 우선 가을 햇살 아래 잘 익은 콩을 준비해 깨끗한 물에 헹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날씨 맑은 날,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콩을 뭉근하게 삶는다. 약한 불에서 오래도록 삶아 익힌 콩을 절구에 넣고 으깬다. 때론 자루에 담아 발로 꾹꾹 밟기도 했다. 

 

그 몰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어린 시절 우리는 온 가족이 번갈아 가며 밟았다. 네모난 형태의 메주는 볏짚에 묶어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처마에 매달아 겨우내 발효시키므로,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었다. 가운데 부분을 더 얇게 만들어야 미생물이 전체에 골고루 퍼져 숙성하게 되기에 못생기고 단단한 메주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어머니들의 노동 강도와 들인 품을 생각하면 메주 만들기는 고된 집안일이다. 더구나 시판하는 제품이 다양하니 메주 만들기는 요즘 보기 힘든 풍습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런 고된 일을 시골에 있는 어머니들은 아직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으니 굽은 허리 펼 날이 없다. 내 자식 먹일 장은 내 손으로 만들고픈 고집을 꺾을 자식이 없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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