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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재판관, 포항 침촌인문학당으로 오다

등록일 2025-11-24 16:45 게재일 2025-11-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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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학 변호사

재판관 문형배는,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전직 대통령 탄핵판결문을 낭독한 분이다. 역사상 두 번째로 대한민국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불운의 재판관이기도 하다. 비상계엄 선포의 후유증으로 탄핵의 정국이 소용돌이칠 때, 반대하는 자, 찬성하는 자 모두 재판관을 가만두지 않았다. 쪼개진 대한민국은 평범하고도 강직한 재판관을 법정 밖 정치판으로 끌고 갔다. 그들은 이데올로기라는 망상의 벼랑 끝으로 재판관의 양심까지 몰고 갔다. 전원일치로 판결이 났음에도, 사람들은 법과 정의라는 이성의 편이 아닌, 원하지 않은 결론이라는 감정의 편에서 들끓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변호사 공봉학은, 대한민국 변호사 중 학당을 운영하는 유일한 변호사다. 챗지피티에게 물어서 얻은 답이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내가 아는 한에도 그렇다. 2014년 봄. 사재를 털어 침촌인문학당을 열었다. 명상과 차와 음악 그리고 인문학이라는 3대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길이었다. 변호사 업무를 하고 남은 에너지를 학당에 쏟아부은지 벌써 12년째다. 사람들이 곁눈질하였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이 길을 걸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좋은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얼마 못 갈 거란 주위의 예상과는 달리 학당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재판관과 나는 일면식도 없다. 재판관과 인연 있는 친한 후배 변호사를 통하여 재판관을 초청하였다. ‘포항에서 12년째 학당을 운영하는 변호사가 있다’라고 소개하면 반드시 응해 줄 것으로 믿었고,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배 변호사와의 인연에 침촌인문학당의 향기가 더해져 얻어낸 아름다운 결실이다. 강연의 주제는 재판관이 근자에 출판한 책 ‘호의에 대하여’이다. 학당초청이니 조촐하게 하여 진행하였으면 좋겠다는 재판관의 요청이 있었다. 학당 도반들과 주변 지인들 정도의 자리로 마련할 예정이다. ‘호의에 대하여’는, 재판관 자신의 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판사로서 살아온 삶의 여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렸다. 책을 읽는 내내 재판관의 이미지가 그대로 그려졌다. 좋은 글이다. 평범한 판사의 ‘바른 삶’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대통령을 파면하였으니 정치적 평가가 다소 뒤따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사실은 파면의 선고가 좌우의 이데올로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도 우리는 다 안다. 재판관은 책에서도, 자신은 ‘정치적으로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단호히 적었다. 법관은 오직 정의의 편에서 양심에 따라 재판할 뿐이다. 여기에 정치 이데올로기라는 오물을 뒤집어 씌워서는 안 된다. 재판관의 책을 읽어보면 이러한 사실은 더욱 명징하여진다. 바른 언어와 정치적 언어는 다르다. 구별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재판관과의 만남은 어쩌면 오래전 준비되었을지 모른다. 오랜 독서 습관이 그것이다. 재판관도 나도 평생을 책과 동행하였으니, 책이라는 친구가 둘의 만남을 주선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독서가 재판관으로 하여금 에세이를 쓰게 하고, 독서가 나로 하여금 학당을 열게 하였으니, ‘호의에 대하여’가 침촌인문학당으로 오게 된 것이다. 좋은 날이 오게 된 것이다.

/공봉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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