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이 데려간 곳, ‘천천히 걷는 울진’ 관광 인기
동해선 개통 이후 울진군이 걷기 여행과 자연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 숲, 계곡을 잇는 다양한 코스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동해선 열차가 후포 역에 닿자 차창 밖으로 짙은 바다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닷바람은 짭조름했고, 철도 개통 이후 가까워진 울진은 ‘멀리 있어서 한적한 도시’에서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고요한 도시’로 변해 있었다. 역을 나서는 순간부터 울진의 걷기 여행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금강소나무숲길에서는 숲이 먼저 속도를 조절한다. 500년 금강송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고, 바람이 스치면 잎이 은빛으로 흔들린다. 해설사는 “여긴 숲의 호흡에 맞춰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지고, 말수도 줄었다. 숲은 그렇게 사람을 고요하게 만든다.
왕피천 생태탐방로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깊어진다. 투명한 물길과 손대지 않은 숲은 울진의 원시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불영사 쪽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물소리와 새소리만 남아, 여행자는 자연과의 거리만큼 일상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자연이 주도하는 여행’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해파랑길로 내려오면 풍경은 다시 탁 트인다. 후포항에서 죽변항까지 이어지는 해안 길은 평탄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넓은 수평선과 파도 소리, 해안가의 잔잔한 공기가 마음을 비우게 한다. 길 위에서 사람들의 표정이 가장 밝아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덕구계곡은 울진 걷기의 마지막 장면처럼 편안하다. 계곡수를 따라 걷다 자연 용출 온천에 다다르면 쌓인 피로가 느껴지기도 전에 풀려버린다. 숲은 속도를 늦추고, 바다는 생각을 비우며, 계곡은 몸을 이완시킨다. 그래서 울진의 가을은 걷는 것만으로 이미 완성된 여행이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