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쪽은 조형물과 분수 등 공공디자인이 설계 단계에서 반영됐고, 주변 상가와 아파트가 밀집해 이용률이 높다. 시민 자원봉사 조직 운영으로 음악 선곡과 환경정비 등 참여가 이뤄진다. 반면 북구 쪽은 오래된 주택과 빈집이 많아 인적이 적고, 남구 같은 네트워크가 없다. 이는 ‘포항의 허파’로 불리는 철길숲 이야기다.
옛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길이 9.3㎞, 면적 21만㎡ 규모로 포항 도심을 남북으로 잇는 도시숲이다. 2009~2011년 조성한 포항 북구 쪽 옛 포항역~유성여고 구간과 2015~2022년 조성한 유강정수장~옛 포항역 구간은 같은 ‘철길숲’이지만, 서로 다른 2개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3일과 4일 여러 차례 철길숲을 오가며 관찰했다. 효자역 인근 남구 구간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돼 있고 포장 면이 반듯했다. 조형물과 분수대, 쉼터 시설이 곳곳에 정비돼 있었다.
북구 양학동으로 접어들면 풍경이 달라졌다. 길은 좁아지고 포장은 거칠었다. 가로수마다 행사 홍보 현수막이 겹겹이 걸렸고, 고가도로 아래에는 낡은 운동기구만 남아 있었다. 산책로 옆으로는 오래된 주택이 빽빽하게 이어졌다.
같은 철길이지만 환경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운동기구, 도로 폭, 수목, 쉼터와 벤치 등 시설, 화장실, 조형물 등 모두 남구와 북구의 모습은 다르다.
7㎞에 이르는 유강정수장~옛 포항역 구간에는 115종 18만 8000그루의 나무가 식재돼 있고 쉼터 27곳과 벤치 111개, 조형물 19개, 화장실 9곳이 마련돼 있다. 음악분수와 캐스케이드 등 수경시설 4종이 조성돼 있고, 운동기구는 2019년식으로 6곳에 80종이 있다.
그러나 옛 포항역~유성여고 2.3㎞ 구간은 식재 수목이 34종 4만 그루로 남구의 4.7분의 1 수준이다. 쉼터는 9곳, 벤치는 41개, 조형물은 6개, 수경시설은 실개천 1㎞와 미니 연못 5곳이 전부이다. 운동기구는 2011년식이어서 매우 낡았다. 남구 구간처럼 신형으로 교체되지도 않는다.
포항시 관계자는 “남구와 북구를 구분해 차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북구 구간이 먼저 조성됐지만 남구는 비교적 최근 완공돼 시설물이나 포장, 식재 상태가 상대적으로 새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남구 쪽은 공간 구조가 넓고 안정적인 반면, 북구는 이미 주택가가 들어찬 상태에서 공원을 만든 탓에 공간이 비좁고 불규칙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북구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카페·소규모 상가·버스킹 광장 같은 생활 기반 시설을 유치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결국 철길숲의 균형은 사람의 발길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