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정중지와(井中之蛙)가 주는 의미

등록일 2025-11-04 16:29 게재일 2025-11-05 18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정중지와(井中之蛙)는 장자(莊子)의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물 속에 개구리는 바다를 말할 수 없다. 그는 자기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 본 듯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물벽이 만든 작은 하늘만 보고 사는 존재다. 정중지와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조직이 혁신을 멈출 때 빠지는 공간, 시간, 지식의 세가지 함정을 보여준다. 

첫째는 공간의 한계다.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세상을 본다. 그에게 하늘은 우물 입구만큼 작다. 우리의 조직도 다르지 않다. 한 공장, 한 부서, 한 시장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 변화의 신호가 보이지 않고 시야는 닫힌다. ‘이게 우리 방식이야’라는 말은 곧 우물의 벽이다. 외부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곧 우물의 벽이 된다. 혁신은 그 벽을 넘어 타인의 현장과 세계의 흐름을 직접 보는 데서 시작된다. 

둘째는 시간의 한계다. 개구리는 우물 속 현재에 갇혀 산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자신의 경험 속 현재에 갇혀 있다. 과거를 되돌아볼 여유도, 미래를 내다볼 눈도 없다. ‘우리는 예전 방식이 통했으니 지금도 괜찮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시간 틀 속에서 멈춰 있는 사고를 상징한다. 하지만 혁신은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AI시대인 지금, 변화의 속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새로운 시장과 사회에 한 발 늦으면 멈춤이 있을 뿐이고, 정체는 곧 퇴보한다. 

셋째는 지식의 한계다. 개구리가 본 하늘이 전부라 믿듯이,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내 지식의 경계 밖에서 움직인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개념, 새로운 사고를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면 개인과 조직의 지식은 곧 낡은 벽돌이 된다. 일부 지식, 기술, 혹은 관점을 절대화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경쟁 사회에서 멀어져 퇴보한다. 더 넓은 지식과 관점을 배우려 하지 않는 인지적 폐쇄성을 극복하지 않으면 멈춤이 있을 뿐이다.
  

정중지와(井中之蛙)는 ‘좁은 시야’를 뜻하지 않는다. ‘공간의 갇힘, 시간의 멈춤, 지식의 닫힘’이라는 한계를 상징한다. 공간(시야의 한계), 시간(변화의 한계), 지식(사고의 한계)이 결합된 닫힌 세계관의 상징이다. 이 세 가지 벽을 넘을 때 조직은 다시 살아 움직인다. 우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개구리만이 하늘의 넓음을 알 듯, 세상의 변화 속으로 들어간 조직만이 진정한 혁신을 이룬다. 
   

우물 밖으로 뛰어 오른 개구리가 되려면, 문제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왜?’ 보다 ‘어떻게 개선할까?’ 중심의 학습문화가 중요하다. 실패의 문화를 장려하고, 실험을 시스템화 하며, PAC(Problem Analysis Cycle), Lean 등 개선 도구로 실행중심의 도전문화가 필요하다. 부서, 고객, 협력사, 기술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구조, ‘전체 가치흐름(VSM)’의 사고 전환과 연결문화가 되어야 한다. 정중지와는 공간, 시간, 지식을 멈추게 하는 우물벽이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우물의 벽을 허물고, 밖의 넓은 하늘을 보아야 한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정상철의 혁신경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