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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 확대•제도 지속성으로 다시 나아가야”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10-30 17:51 게재일 2025-10-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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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책 선도하다 멈춘 대구
‘지방자치 개혁’ 3가지 축 제시
정당공천제•재정분권 실질화
참여제도 활성화 동시에 추진
숙의공론, 법•조례로 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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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글 싣는 순서>

1. 대구·경북 어디까지 왔나⋯지방자치 30년의 궤적
2. 공천의 굴레⋯중앙이 공천하고 지방에서 투표한다
3. 감시자는 어디에 있나⋯의회 기능 제대로 되는가
4. 지방 자치는 시민의 삶을 바꿨는가
5. 지방자치 다음 30년의 조건⋯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인터뷰

지방자치 30년,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뛰기 시작했지만 각 도시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30일 “경제와 민주주의를 같은 저울에 올려 보되, 답은 제도 개편과 시민 역량의 동시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대구의 현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 지표는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민선 6, 7기 때 시민원탁회의, 공론숙의, 주민참여예산 등 참여형 실험을 적극 도입해 앞서갔다”며 “문제는 그 제도들이 정권 교체와 함께 멈췄다는 점이다. ‘앞서다 멈춘 도시’라는 표현이 적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자치는 결국 시민의 참여와 제도의 지속성이 결합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진다”며 “대구가 다시 제도적 실험의 도시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 교수는 지방자치의 세 축으로 ‘정당공천제 개혁’, ‘재정분권의 실질화’, ‘참여제도 활성화’를 제시했다. 먼저 정당공천제를 완전히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공직선거법에 ‘완전 주민경선’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보다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을 더 의식하게 된다“며 “인사부터 예산까지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략공천을 없애고, 완전 주민경선을 실시해 경선 결과를 정당이 사후 추인하는 구조로 바꾸면, 단체장·의원이 국회의원 ‘눈치’를 볼 이유가 줄어든다“며 ”그래야 지역끼리 연대해 중앙을 압박할 힘이 생긴다. 지금의 ‘공천=당선’ 구조로는 정책경쟁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행정 분야의 성과에 비해 지방정치와 지방재정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역대 정부는 국사 사무의 이양에 역점을 두고 1998년부터 지방이양위원회 등 관련 기구를 운영했다”며 “지금 국가 사무 중 36.7%가 지방으로 이양됐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24.6% 수준이다. 권한은 늘었는데 돈은 그대로여서 제대로 집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이재명 정부는 국세, 지방세 비율을 7대 3(장기 6대 4)을 목표로 하면서도 실행 경로가 비어 있다. 부가가치세 연동 지방소비세는 이미 25.3% 수준까지 올라 추가 확대 여지가 크지 않다”며 “결국 지방소득세 상향과 지방법인세 신설 없이는 7대3이 불가능하다. 재원을 공동세로 자동 배분하는 체계를 깔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의 마지막 축으로 하 교수는 주민참여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주민투표, 주민조례발의, 주민소환이 모두 “형식만 존재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주민투표는 공무원 보수나 행정기구, 수수료, 재정 같은 핵심 사안이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참여율 4분의 1 이상이라는 문턱도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 성립 요건이 주민 20분의 1 이상이 서명해 투표를 청구하고, 유권자의 25%가 참여해야 하는 현재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지방사무는 투표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국가사무는 법률 개정을 통해 확정되는 이원 구조를 유지하되, 투표 성립 요건을 대도시 특성을 반영해 조례로 탄력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주민조례발의에 대해서는 “요건을 실무적으로 안내·지원하는 상설 창구를 두고, 의회가 부결할 경우 사유 공개와 재심 절차를 의무화해 ‘형식적 수리–실질적 봉쇄’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주민소환 제도는 현재의 ‘서명 요건–참여율 3분의 1–과반 찬성’ 삼중 허들로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며 “발의 요건은 강화하되, 표결은 참여율 요건 없이 단순 과반으로 결정하도록 바꾸면 남발을 막으면서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 모든 과정의 토대는 숙의공론화의 표준화”라며 “자료 사전공개, 전문가 쟁점토론(찬·반 교차), 분임토의, 교차 검증, 최종 투표의 순으로 절차를 법과 조례에 정해 상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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