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의원 위생 강화 명분에도 사용률 23.9% 불과, 어민 부담만 가중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위판장의 위생 강화를 목표로 지난 10년간 총 58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플라스틱 어상자 737만 개를 임차 지원했지만, 여전히 전국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상자의 대부분은 나무나 스티로폼으로, 위생과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해양수산수가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2014년부터 위판장의 비위생적인 나무 어상자 사용을 개선하기 위해 플라스틱 어상자 임차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10년간 737만 개의 플라스틱 어상자를 보급하고도, 실제 사용량은 2015년 591만 개에서 2024년 647만 개로 56만 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 전국 위판장에서 사용되는 어상자는 총 2706만 개에 달하지만, 이 중 플라스틱 어상자는 23.9%에 불과한 것.
특히 전국 210여 개 위판장 중 플라스틱 어상자를 사용하는 곳은 단 9곳(11.5%)에 그쳐, 대부분의 위판장이 여전히 나무나 스티로폼 상자를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나무 어상자를 플라스틱으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도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7억9800만 원 수준이며, 임차 방식에서 구매 방식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데 그쳤다.
문제는 어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임차 방식일 때 개당 국비 지원금은 612원이었지만, 구매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400원으로 줄었다. 반면 어민 자부담은 기존 612원에서 2200원으로 3.6배 증가했다. 이는 플라스틱 상자 구매단가 3000원 중 국비 400원, 지자체 부담 400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 세척, 회수 등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어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3000원에 달한다.
현장 어민들은 정부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한 어민은 “임차도 부담돼서 못 쓰는데, 더 비싼 플라스틱 상자를 어떻게 사냐”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탁상에서 만든 계획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시기 농림축산식품부는 플라스틱 상자 임차 지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2014년부터 1315억 원을 투입해 총 6억5700만 개를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사용 습관 정착과 규격화에 성공했다.
임미애 의원은 “농식품부처럼 충분한 물량을 지원하고, 위판장 현대화사업과 연계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 교체 지원이 아닌 어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의 목표는 ‘보급 실적’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여야 한다”며 “해수부는 실효성 없는 사업 전환보다 어민의 부담을 줄이고 수산물 품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