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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기념 불꽃·드론쇼, 포항 하늘을 수놓다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10-29 22:02 게재일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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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기념 포항 불꽃&드론쇼가 29일 오후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수천대의 드론이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쇼를 펼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빛으로 깨어난 도시, 포항의 밤하늘이 세계를 울렸다”

29일 밤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어둠이 내린 하늘 위로 수천 점의 드론이 떠올랐다. 드론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마치 거대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I LOVE POHANG’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포항의 상징물, APEC 정상회의 로고,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형상화한 그림들이 차례로 펼쳐졌다. 관람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연신 하늘을 담았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지은씨(38)는 “포항이 세계 속 도시로 다가온 기분이었다”며 “지난 6월 비로 취소됐던 불꽃축제 때 아쉬움이 컸는데 오늘 이렇게 멋진 무대를 보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웃었다.

드론쇼가 끝나자 무대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국악 선율이 잔잔히 흘렀다. 관객들의 시선이 바다 쪽으로 향한 순간 “3, 2, 1” 카운트다운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영일만 앞바다의 두 척 바지선에서 불꽃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약 1만5000발 규모의 불꽃이 국악 리듬에 맞춰 하늘을 수놓으며 밤바다 위에 포항의 미래를 비췄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한 불꽃 쇼는 앞선 드론 영상과 이어져 하나의 완성된 서사로 빛났다.

행사장 한쪽에는 국내외 기업인과 초청 인사들이 머무는 ‘APEC 경제인 존(Zone)’이 별도로 운영됐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국제 행사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포항이 산업 도시를 넘어 글로벌 해양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초청 경제인뿐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들도 몰려들며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당초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불꽃·드론쇼가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되면서 관광객 상당수가 포항으로 향한 것도 인파가 몰린 원인으로 꼽혔다.

대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박성훈씨(23)는 “불꽃이 물 위에 반사될 때 정말 그림 같았다. 포항이 이렇게 멋진 도시였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며 “APEC을 계기로 도시가 한층 활기를 띠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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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기념 포항 불꽃&드론쇼가 29일 오후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1만 5000여발의 화려한 불꽃이 영일만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이날 열린 ‘APEC 정상회의 기념 포항 불꽃&드론쇼’는 포항시가 준비한 공식 기념행사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포항의 산업·문화·해양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 주변 도로는 오후 5시부터 교통이 통제됐고 해병대, 소방, 경찰, 자원봉사자 등이 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포항시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포항의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K-해양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라며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안전하고 감동적인 축제를 선보이기 위해 모든 인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의 시작은 EDM 브랜드 ‘DROID ASIA’ 소속 DJ 카주쇼타임이 열었다. 강렬한 사운드와 조명 연출이 어우러지자 해변 전체가 거대한 클럽으로 변했다. 관객들의 환호가 밤하늘을 메웠다.

뒤이어 소리꾼 이희문 오방신과가 무대에 올라 전통의 울림으로 공연의 흐름을 이어갔다. 이들은 2024년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에 출연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무대로 주목받은 국악 크로스오버 팀이다.

불꽃과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환호했다. 캐나다에서 온 리사 브라운(34)은 “국적이나 성별, 나이를 떠나 모두가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며 “포항의 에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밤이었다”고 전했다.

무대의 마지막은 포항의 상징 ‘철’을 모티브로 한 그랜드 로보틱 퍼포먼스 ‘이아피, 포항 i’가 장식했다. 무대 옆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철의 형상이 불꽃과 함께 깨어나며 포항의 상징성을 드러냈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지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매료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경제인들에게 포항을 알리고, 산업·문화·관광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품격 있는 도시 브랜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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