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짙은 가을 햇살이 비치던 대구 달성군 경찰특공대 훈련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구경찰청 제3기동대 9팀이 시위 대응 훈련을 진행하는 현장이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 역할의 경찰관들이 구호를 외치며 몰려들자, 맞은편에서는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기동대원들이 차벽을 세운 채 진압 태세를 갖췄다.
“질서 유지선을 보강하고, 확성기 일시 조치를 실시합니다”라는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은실 제3기동대 9팀장과 대원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곧이어 도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막기 위한 ‘니은(ㄴ)자 차단 대형’이 전개됐고, ‘날개 대형’으로 시위대를 양분하며 확산을 차단했다.
경찰의 날 80주년(10월 21일)을 맞아 만난 제3기동대 9팀 대원들은 훈련을 마친 뒤 방패를 내려놓고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으며 숨을 고르면서도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들은 상·하반기 각각 한 달씩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한다.
현재 대구경찰청에는 총 5개의 기동대가 있다. 각 기동대는 3개의 제대(部隊)로 구성되고, 제대마다 3개 팀이 있다. 이 가운데 제1제대 1팀은 전원 여성 경찰관으로만 꾸려진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여경 기동대는 총 5개 팀, 40명이다.
이들은 모두 의무복무자와 지원자로 구성되며, 일반 순찰뿐 아니라 재난 대응, 대규모 집회 경비, 선거 치안, 다중범죄 진압 등 다양한 임무를 맡는다.
나은실 팀장은 “우리 팀은 범죄 예방부터 중요 사건 대응, 국가 중요행사 지원까지 폭넓은 임무를 수행한다”며 “비상 상황에 대비해 상시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언제 어디서든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체력 단련과 상황 대응 훈련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대원들의 경찰 입문 계기는 제각각이었지만, 공통된 마음은 ‘누군가를 지키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나 팀장은 “어릴 때부터 경찰이 멋있어 보여 늘 꿈꿨고 그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아들이든 딸이든 경찰이 되겠다고 하면 기꺼이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현 경위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경위는 “어릴 때 길을 잃었을 때 경찰관이 집을 찾아주고, 과자와 귤을 주며 다정하게 대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때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원지 경사는 영화와 드라마 속 활약하는 경찰의 모습에 매료돼 경찰을 선택했다. 이 경사는 “활동적인 공무원이 멋있어 보였다”며 “물론 현실은 드라마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힘든 일보다 보람이 훨씬 크다”고 했다.
기동대원들의 하루는 규칙적이지만 치열하다. 아침에는 출동 태세를 갖추고 체력 단련과 상황 대응 교육을 받는다. 오후에는 범죄 예방 순찰이나 행사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밤이나 주말에도 언제든 투입될 수 있다.
나 팀장은 “요즘은 집회나 시위가 잦아 출동이 많다”며 “질서 유지와 시민의 생명·신체·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우리도 감정노동자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 경위는 “우리가 안전을 관리하는 만큼 시민들이 안심하고 집회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며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순간, 그 자리에는 우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