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광지’라기엔 낡고 어수선한 곳 눈에 띠어
22025년 APEC 정상회의 개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주의 대표 관광지인 보문관광단지는 여전히 낡은 건물과 어수선한 간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 경북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 이하 공사)는 13일부터 시설물·간판·현수막 등을 대상으로 뒤늦게 대대적인 환경정비에 나섰다.
정상회의 개최지로 지정된 지 오래지만, 보문단지 곳곳은 여전히 노후 건축물과 무단 적치물로 어수선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낡은 호텔 한 채가 가설 울타리에 가려진 채 방치돼 있어, 세계 각국 정상과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국제관광지’의 위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행사 개최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기본적인 도시 미관조차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돼 온 것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심도로 역시 퇴색한 상가 외벽과 무분별하게 걸린 현수막이 도시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에 공사는 13일부터 19일까지 자진 정비를 유도하고, 20일부터 25일까지는 경주시와 합동으로 현장점검과 불법시설물 철거를 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과 상인들은 “행사 코앞에 보여주기식 행정이 또 반복된다”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보문상가에서 수십 년째 영업 중인 한 상인은 “시설 노후화는 행정이 외면한 결과”라며 “일회성 정비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어렵고, 행사가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보문관광단지는 행정 지연과 예산 부족으로 상권이 침체되고, 일부 건물은 20년 넘게 리모델링 한 번 하지 못한 채 낡아가고 있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보문관광단지는 세계 각국 정상이 찾는 국제행사 무대인 만큼, 품격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주업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비 후 유지·관리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기 정비는 미관만 바꿀 뿐, 노후 기반시설과 상권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며 “지속 가능한 관리 시스템과 예산 투입 없이 ‘APEC 치장’만 한다면 오히려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는 APEC 정상회의 이후에도 보문관광단지가 ‘포스트(APEC) 시대를 선도하는 국제 관광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단계적 리노베이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정비가 진정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