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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어획량 줄어 남는 게 없어요”···금어기 해제 후 첫 붉은 대게 경매 현장 가보니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5-08-27 17:08 게재일 2025-08-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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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6시 30분쯤 포항시 남구 구룡포수협위판장에서 금어기 해제 이후 첫 붉은 대게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용선기자

 

27일 새벽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있는 구룡포수협위판장은 평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반가운 손님이 와서다.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50일간의 금어기를 지나 지난 26일 만선의 꿈을 안고 먼바다로 떠났던 어선들이 붉은 대게를 선보였다. 금어기 해제 이후 첫 경매다. 

중매인과 상인들은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가구) 안에 가득 담긴 붉은 대게를 요리조리 훑어보며 신선도를 확인했다. 씨알이 굵고 속이 꽉 찬 붉은 대게에는 많은 중매인의 손길이 갔다. 

20년 동안 붉은 대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은 “구룡포항에서 위판하는 붉은 대게는 다른 지역 대개 보다 수심이 깊고 조류 변화가 심한 곳에서 서식해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종을 든 경매사의 추임새와 함께 507만성호가 잡은 29가구(상자)의 경매가 시작됐다. 1가구의 무게는 평균 22~24kg이다.

중도매인은 경매사가 지나갈 때면 상의를 펼쳐 다른 사람이 못 보도록 한 뒤 손가락 2~3개를 흔들며 가격을 제시했다. 혹여 경매사들이 못 볼까 싶어 큰 동작으로 경매사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경매사는 매서운 눈으로 빠르게 가격을 확인한 뒤 마지막에 낙찰 가격과 중도매인의 번호를 불렀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중도매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원진 만성호 선장은 “홍게잡이의 경우 2박 3일간 조업을 나가는데, 기상 악화로 1박 2일 만에 항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물량이 적어 시세보다 가격은 좋았지만 크게 수익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경매된 박달 붉은 대게 1마리의 최고가는 3만 원이다. 27일 하루 전체 위판량은 4t이고, 위판액은 2352만1000원이었다. 지난해 어획량(9t)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구룡포수협은 첫 경매에 나온 붉은 대게의 품질이 전체적으로 좋다고 평가했다. 권세광 구룡포수협 경매사는 “수온에 민감한 붉은 대게는 앞으로의 어획량 증가 여부에 대해 가늠할 수 없다”면서 “다만 더위가 한풀 꺾여 해수의 온도가 떨어지면 더 많은 양이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어선 선주는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유전 탐사·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보상과 관련한 아쉬움도 이야기했다. 선주는 “작년에 잠깐 보상 관련 여러 말이 오갔지만, 석유 찾는다고 어장만 파헤치고 보상금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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