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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 독창성 버무린 ‘케데헌’ 글로벌 ‘문화주권’ 이끌 마중물

등록일 2025-08-28 18:33 게재일 2025-08-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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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리얼리티가 스며든 판타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증명
수익모델 창출 등 경제효과 연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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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의 가상 K-Pop 걸그룹 헌터릭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K-Pop Demon Hunters(케데헌)’. 한국적 리얼리티가 스며든 판타지가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역설(力說)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다.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한 북촌한옥마을, 남산타워, 낙산 성곽길, 명동거리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성지가 되었고, 그들은 작품 속 김밥, 컵라면, 설렁탕 등의 음식을 즐기며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특히, 한국 민화 ‘호작도’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더피’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조선의 미학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작품 속 등장으로 성지가 되면서 뮤지엄숍의 호랑이 굿즈는 오픈런 품절사태까지 빚는다. 제품 품질을 우려해 극히 제한적으로 생산하다 보니 올 12월까지 주문 마감상태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이 무료’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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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도 김밥을 통째로 먹기를 즐긴다.

‘케데헌’은 가상의 K-Pop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에서 등장한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경쟁하며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음악으로 팬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는 서사다. 그 속에 한국적 디테일이 촘촘히 스며있다. 매기 강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외계어 같은 억지 한국어를 담았던 지난 콘텐츠들과 달리 한국을 사실적으로 담는다. 설렁탕에 보이는 소면, 식당 테이블에 휴지를 깔고 수저를 올리는 모습,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는 등의 디테일은 오히려 한국인마저 놀라게 한다.

우리는 한 때 ‘토박이 문화’를 폄하하여 미개하고, 뒤떨어졌고, 미신에 가깝다며 지우고 잊고 버리려 했었다. 고(故) 이어령 박사는 한국 문화의 뿌리를 ‘막 문화’라고 했다. 우리 선대가 일상을 기록한 글을 잡문(雜文)이라 경시하는 잡이 ‘막(雜)’에 해당하며, 정제되지 않은 잡문, 막사발, 막걸리, 막춤 등에서 무한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토박이 문화는 ‘막춤’과 ‘난타’ 같은 독창적 예술로 세계 시장을 열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날치의 국악에서도 그 ‘막’의 힘이 살아있다. ‘케데헌’ 또한 이런 맥락에서 K-문화의 생명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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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넓은 계단 위로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멋스런 광장.

‘케데헌’은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소니 픽처스가 제작했다. 흥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이익은 미국과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국이 얻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라는 간접적 효과가 전부다. ‘오징어게임’은 세계적인 흥행을 이루었음에도 관광객 유치와는 큰 연관이 없었던 것과 상반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디테일한 우리문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활용한 것은 ‘케데헌’ 제작진이었다.

‘케데헌’은 ‘세계적 K-문화의 자생력’을 보여주었지만 수익 모델에 있어서는 외부에 종속된 사례다. 문화는 단순한 창작을 넘어 국가의 소프트 파워이자 경제력으로 연결된다. 지금처럼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K-문화가 한국의 직접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생각과 함께 문화주권과 IP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어찌됐든, 판타지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면서 한국문화의 자부심을 느낀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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