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연설···“美의 방위공약·한미연합방위 태세 철통같이 유지될 것” “도발 강력대응하면서도 북미 대화···한국 ‘안미경중’ 할 수 없는 상태”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저와 트럼프 대통령은 '국익중심 실용동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혔던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동맹 현대화 방법으로는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과 한미 연합 방위 태세는 철통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가 결과적으로 미군의 한국 내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2만8천500여명의 주한미군도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측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연설에는 현재 규모인 2만8천500명을 그대로 명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비 증액은 미국 측의 대표적인 요구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증액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며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 이젠 재진입 기술의 마지막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 핵폭탄을 싣고 미국까지 날아올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거의 개발돼 있고, 매년 10∼20개 핵폭탄을 만들 역량을 키운 상황"이라며 "2022년 이후 핵폭탄 보유 숫자가 2.5배 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 한국도 이 체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비핵화 공약을 지킬 것"이라며 "그것이 남북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대중(對中) 관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병행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과 관련해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며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한미 관계에 대해 "안보, 경제, 첨단기술의 세 가지 기둥 위에 우뚝 선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이라고 규정한 뒤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