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매시장이 전국 2위로 도약하고 대구공사가 첨단 유통혁신을 선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은 2023년 말 전국 최초로 시 직영에서 지방공사 체제로 전환된 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대구도매시장이 수도권 편중을 넘어 대한민국 농수산물 유통의 중심축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구도매시장은 지난해 거래액이 1조 121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전국 3위 규모로, 서울 강서시장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당면 과제다. 공사는 도매시장 법인별로 핵심 전략 품목을 선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거래 활성화를 통해 전체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구는 과일 등 주요 농산물 산지가 밀집해 있고 인근에 대규모 소비지가 있어 산지와 소비지를 잇는 최적의 입지”라며 “이 장점을 살려 대구를 농수산물 유통의 거점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공사가 가진 역할을 ‘균형추’에 비유하며 “농가들은 도매시장에 고마워하기도 하지만 가격 편차 때문에 원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도매시장이 없다면 대형 유통업체가 시장을 독점해 농가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도매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소비지에 종속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흔히 소비자들이 갖는 ‘도매시장이 없어도 마트로 직거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인식에 대해 “농산물은 규격화된 제품이 아니다. 같은 밭에서도 품질이 다르고 수백 가지 품종이 존재해 등급화·표준화가 쉽지 않다"며 "도매시장은 이런 특성을 반영해 가격을 형성하고, 거래 질서를 지켜주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대구도매시장은 현재 전국 거래 규모 3위로, 서울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 이어진다.
김 사장은 “물량 확보와 정보 경쟁력이 승부처”라며 “여전히 많은 경북 농가가 물류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1등 시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락시장으로 출하하는 현실을 바꾸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작년 농산물 블라인드 경매를 전면 도입했다.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도입 이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정착을 이끌어왔다.
또 오프라인 중심이던 도매시장 유통구조를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참당귀, 맥문동, 구기자 등 10개 약용작물을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 국내 최초로 상장했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시장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88년에 개장한 매천동 도매시장은 노후화, 공간 협소, 물류 효율 저하, 주차난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사는 오는 2031년 달성군 하빈면 대평지구로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전 부지는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넓은 8만 4000평 규모로, 경매장·선별장·가공처리장과 함께 공동집배송장, 스마트 물류센터 등 첨단 시설이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 후에는 물류 자동화·로봇화, AI·빅데이터·블록체인 기반의 첨단 유통 시스템을 적용해 쿠팡보다 앞선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교통망 확충과 기반 시설 개선으로 상권 위축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화재를 겪은 만큼 안전 문제는 최우선 과제다.
김 사장은 “현재 사장 직속 재난안전팀을 두고 있지만, 노후 시설로는 한계가 있다. 안전한 신시장으로 이전해 ‘사고 제로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