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솔뫼 정현식의 16번째 개인전 8월 6~19일 서울 모노하한남화랑서 점을 통해 보는 삶의 의미·철학적 성찰
“이제, 점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알아차림의 깨우침이며, 존재 전부를 담아내는 현존입니다. 글씨와 형상이 사라진 공간 위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점은 사리(舍利)와도 같은 정신의 결정체로 살아있습니다”
독특한 한글 민체 서풍 ‘솔뫼민체’로 잘 알려진 서예가 솔뫼 정현식(66)의 16번째 개인전이 오는 8월 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MO-NO-HA 한남(모노하한남,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36) 화랑에서 열린다. 지난 2022년 서울 백악미술관 전시 이후, 3년만의 개인전이다.
‘솔뫼민체’와 ‘솔뫼손편지’ ‘광개토대왕비서체’ 등 9가지 독특한 서체를 개발한 정 작가는 전통과 현대 서예작품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알아차림, 점을 쓴다’라는 선한 선언적 혁명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점’이라는 행위와 그 깊은 철학적 의미를 재해석한 작품 150호 10점을 비롯해 20점이 선보인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점’이 갖는 의미를 “멈추고 숨 쉬며 ‘알아차림(awareness)’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그는 점을 통해 현재의 순간,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깊은 인식을 표현하며, 이 행위가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간절한 기도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작가는 “생은 밥숟가락을 들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축적하는 일”이라며 점을 통해 삶의 의미와 철학적 성찰을 이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 작가의 작품은 점의 반복과 형상성을 통해 인식의 전환과 치열한 수행의 울림을 담아내며, 고정된 생각을 넘어선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단순히 서예의 전통을 넘어서, 선불교의 ‘알아차림’ 명상 사유와 연결된다.
전통 먹과 아크릴을 혼합한 작품들은 구애 없이 자유롭게 긁고 뿌리며 만들어졌다. 작가는 “예술은 정신이며, 형상이나 재료가 아니다”라며 재료의 조화와 감성적 표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전통 서예의 확장과 현대추상예술의 경계에서 탄생한, 진화하는 그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정 작가가 2019년부터 시작한 수묵 점묘의 재해석과 ‘솔뫼ism’이라고 불리는 개념미학의 집약체다. 가장 작지만 가장 무거운 깨달음의 결정체를 만나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 삶과 철학,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현식 작가는 “점은 신묘불측(神妙不測)한 시공의 파문이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된 인드라망(상호의존적 관계망)처럼 상생과 조응을 일으키는 존재다. 추상적 표현과 언어, 감성미학, 철학을 넘어 몸과 마음 깊은 자리에서 오는 ‘차이의 점’에는 정의할 수 없는 무의식의 의식까지 살고 있고 그 차이를 드러내는 고요한 음악이고 감성이며 깊은 생이고 칠흑 같은 먹물과 책 속에 갇힌 문자의 강박에서 벗어나 나는 늦은 길목에서 한 점을 쓴다”고 밝혔다.
솔뫼 정현식은 15회의 개인전 및 각종서예대전 초대, 심사, 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푸른 소를 타다’, ‘불서한담’ 외 7권 발행 및 서체개발 9종(29340자) 솔뫼민체(솔뫼체), 해인사, 안동봉정사(세계문화유산표지석), 현덕사의 문수, 보현 쌍탑 탑기, 사찰현판, 주련, 각종금석문, 영국황태자 방문 축하 작품 등 다수가 있고 동국대, 불국사승가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경주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서예작품으로 만나는 임제록’을 연재중이다. 명의 도반(서예)들과 격 주간 좋은 만남을 통해 이론과 실기의 새로운 창작열을 태우면서 솔뫼문자예술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