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희 작가의 개인전 ‘404: Connection Lost’가 오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대구 토마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감정이 흐르는 방식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곽 작가는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육각형 이론’을 참조해 개인의 성향·능력·조건을 조합적으로 구성해내는 현대적 관계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이는 완전함의 기준을 비판하기보다는, 사회가 관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어떤 상상력을 불러오는지 탐구하는 관찰의 틀로 기능한다.
작품은 합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조형적 행위에 기반하며, 여기에 2D RPG 게임 그래픽의 구조와 화면 구성 방식을 적용해 현실 공간을 마치 게임 맵처럼 분절하고 재배치한다. 사회가 설정한 관계의 조건을 ‘게임적 시점’에서 해체·변주(變奏)하려는 시도로, 한지 위로 번지는 먹과 물감의 흔적은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드러내며 물질성과 감정의 겹침을 장면화한다.
전시 제목 ‘404: Connection Lost’는 네트워크 오류 메시지에서 차용한 것으로, 연결의 단절을 부정적 사건이 아닌 새로운 관계적 가능성이 열리는 전환의 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찰나를 2D RPG의 ‘정지된 장면’처럼 포착해 시각적 서사로 확장하며 관람자가 관계의 조건을 다시 감지(感知)하도록 이끈다.
작가는 “관객은 완전함과 불완전함이 교차하는 감정적 구조를 거닐듯 체험하게 된다”며 “제도화된 사랑의 틀을 비튼다기보다, 현대 사회에서 ‘조건이 있는 사랑’과 ‘거래형 관계’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풍경을 탐색하며 관계의 새로운 상상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곽명희 작가는 경북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수료했다. 2023년 어울아트센터와 대구아트웨이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봉산문화회관·EXCO·갤러리사이 등에서 여러 기획·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개인 전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