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음료를 들고 시내버스에 타려다 제지당하자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버스 안에 대변을 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밤 10시쯤 발생했다.
버스 운전경력 30년 차인 A씨는 당시 한 손에 일회용 컵 음료를 든 50대 남성 B씨가 버스에 타려 하자, 관련 규정에 따라 출입문을 열지 않고 손으로 ‘X자’를 그리며 탑승 불가를 알렸다. 이후 출입문을 열고 “일회용 컵을 버리거나 다음 버스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B씨는 이를 무시하고 버스에 강제로 올라타 자리에 앉았고, 하차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대구 시내버스는 2015년 7월부터 뚜껑 없는 용기나 일회용 컵에 담긴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버스를 정차시킨 채 기다리던 중 B씨는 운전석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A씨의 눈을 찌르려는 시늉을 하는 등 욕설과 위협을 이어갔다.
A씨가 “이러지 말라. 후회할 것”이라며 만류하자, B씨는 운전석 옆에 쭈그려 앉아 대변을 보는 기행을 벌였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 앞에서도 B씨는 “휴지를 달라, 닦아야 일어난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고, A씨가 건넨 휴지로 처리를 마친 뒤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출동 후에도 그는 음료를 계속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이후 승객을 더 태우지 못한 채 차고지까지 1시간가량 버스를 운행했고, 스스로 버스 내부를 청소해야 했다. 그는 “승객과 눈도 못 마주치겠고, 냄새가 코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고, 휴가를 낸 뒤 정신과 진료까지 받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갖고 있는 CCTV를 분석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