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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 외치던 대구, 시장 공백 속 표류 중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7-21 16:17 게재일 2025-07-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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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치의학연구원 법안 통과에도… 회의도 안하고 전략도 없어
부산은 전담조직 확대·천안은 시민서명 총력전인데… 뒷짐만

대구시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전에 나선 지 10년이 넘었지만, 현재는 조직적 대응 없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기간 부산은 전략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천안은 시민 30만 명 서명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지만, 대구시는 시장 공백 상황까지 겹치며 행정적 리더십마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21일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에 따르면 국립치의학연구원은 국가 치의학 R&D의 컨트롤타워이자, 치과산업 고도화와 기술 표준화를 이끌 핵심 기관으로 보건복지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정부는 연내 입지 후보지와 공모 방식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가운데, 대구는 ‘선언만 요란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유치를 추진해 온 대구시치과의사회는 11년 이상 꾸준히 활동해 지난 2023년 12월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이뤘다.

대구시는 지난 2023년 8월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위한 TF팀를 구성했고,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의료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듯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시장직을 중도 사임했고, 유치 전략은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대구시 유치추진단은 실제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실질적인 회의 한번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외부에 공개된 전략 문서도, 중앙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한 설득 자료도 없다. 시청 내부에서도 “있는 조직이 오히려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반면 경쟁 지자체들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는 작년 11월 유치추진위원회와 실무 전담팀(TF)을 출범시켜 올해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었으며, 지난 5월에는 치의학 산업계 전문가들을 대거 포함해 TF를 9명으로 확대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10월 ‘천안 설립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시민 서명운동을 벌여 31만 명이 동참했고, 이를 정부에 공식 제출했다. 공모 방식 없이 천안을 바로 지정해 달라는 정치권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치의학 산업계 한 전문가는 “대구는 10년 전부터 유치를 외쳤지만,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몇몇 민간 전문가와 단체의 목소리에만 의존해왔다”며 “전담조직이 있으면 더 잘해야지, 없는 것보다 못한 조직이라면 오히려 공공 신뢰만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은 “대구시도 시민 의지에만 기댈 게 아니라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공모 방식과 입지 당위성을 설득해야 할 때”라며 "지금이라도 대구시가 실질적인 전략 조직을 재편하고, 입지 분석, 규제 개선, 중앙정부 대상 설득 문건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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