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과대학교는 김동언 물리학과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MPK) 연구팀이 양자 역학의 핵심인 ‘전자 터널링’ 과정의 수수께끼를 최초로 풀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100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전자 터널링’의 비밀을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터널링’ 현상은 전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는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에너지 장벽)을 마치 터널을 파고 지나가듯 통과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작동하는 원리이자 태양이 빛과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전자가 터널을 통과하기 전과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터널을 지나가는 순간’ 전자가 정확히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강한 레이저를 원자에 쏴 전자를 터널링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자가 단순히 벽을 통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 안에서 원자핵과 다시 부딪히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터널링 장벽 내 재충돌(Under the Barrier Recollision, UBR)’이라고 이름 붙였다. 여태껏 전자가 터널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원자핵과 다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터널 안에서도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전자가 터널 안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원자핵과 재충돌하게 돼 ‘프리먼 공명(Freeman Resonance)’을 강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일반적인 이온화보다 훨씬 큰 이온화로 나타났고 이온화 크기는 레이저의 세기를 바꿔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가 원자의 벽을 통과할 때,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라며 “이제야 비로소 터널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