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의 진화: 세포독성치료제-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수년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초국적 차원의 암 정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고, 전세계 의료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한 결과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발전과 진화를 거듭했듯이 암도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생존과 성장, 전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역시 좀 더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암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관여하는 것이 규명이 되었고 거기에 따라 분자 레벨에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표적 항암제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을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최초의 표적치료제는 만성골수성백혈병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BCR-ABL)를 공격하는 이마티닙(글리벡)인데 이 약의 개발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에서 하루 한 번 약을 먹으면 조절될 수 있는 병으로 악성질환보다는 오히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병으로 여겨 질 정도가 됐다.
이마티닙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수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치료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10년전에 비해 4배 이상의 생존기간의 연장을 얻게 되었다.
유방암에서도 표적치료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데, 15년 전만해도 유방암에서 HER 2 유전자가 발견될 경우 뇌전이, 재발이 빈번하고 짧은 생존기간을 보였다.
그러나 HER2 유전자 표적 치료제가 개발됨으로서 지금은 치료성적이 가장 좋은 암으로 여겨지게 됐다. 전이 재발암에서도 herceptin, Perjeta 등을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보여주며 최근 Destiny 임상시험에서 Ebhertu를이용해 확기적인 생존률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가 같은 종류의 모든 암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특정 치료표적이 발현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
앞으로 펼쳐질 암과의 전쟁 최전선에는 3세대 면역항암제가 있다.
면역항암제는 사람의 몸 속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개념인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제를 이용해 4개월만에 흑색종을 깨끗하게 치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는 기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PD-1 억제와 CTLA-4 저해이다. 우리 몸은 면역 반응에 따라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한다. 인체에는 T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있는데,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이에 맞서 PD-1이라는 물질을 생성해 T세포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할 수 없게 방해하는데, 최근 개발된 면역항암치료제는 PD-1이 T세포를 방해하는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암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또 다른 면역 항암제의 기전인 CTLA-4 저해제는 우리 몸에 항원제시세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이한 단백질을 인식해 이에 대한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암종에서 면역 항암제 치료가 적응증을 받아 사용하고 있고 4기 암에서 약 10~30%의 경우에서 장기 생존을 보이고 있다.
또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의 병용을 통한 치료는 전이암에 대한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중특이성항체, 저분자 화합물, 면역성 증강 보조물질, 혹은 암 살상 바이러스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항암제 개발 연구의 흐름은 면역항암제로 넘어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면역체계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기존 항암제에 비해 약값이 고가라는 점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양수 포항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