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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과 아모아코 보아포, 경주서 만나는 동서양 현대미술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7-13 18:33 게재일 2025-07-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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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APEC기념 미공개작 12점 등
1980∼90년대 전환기 작품 집중 조명
아모아코 보아포, 손가락으로 그려낸
초상화 속 역사적 이야기·경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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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作 ‘나의 파우스트 경제학’. /우양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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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 ‘신성한 공간을 위한 Nsaa 파빌리온 2’. /우양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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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 ‘신성한 공간을 위한 Nsaa 파빌리온 1’. /우양미술관 제공

경주 우양미술관이 1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는 20일 재개관한다. 이번 특별전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해 기획된 한국 현대미술 거장 백남준 한국미술특별전과 가나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으로 구성된다. 기술과 인간, 동서양의 교차를 탐구해온 백남준의 예술 세계와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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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作 ‘나의 파우스트 영혼성’. /우양미술관 제공

△백남준 특별전:포용적 미래를 향한 기술적 유토피아
제1전시실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작과 미공개 소장품 12점을 포함한 ‘2025 APEC 기념 한국미술특별전’이 열린다. 1980~90년대 백남준의 전환기 작품을 집중 조명하며, 그가 기술과 예술을 통해 추구한 ‘인류애적 연대’와 ‘포용적 미래’라는 APEC의 핵심 가치를 예술적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나의 파우스트’ 연작(1989~1991) 중 ‘경제학’과 ‘영원성’, 복원 완료된 ‘전자초고속도로’ 시리즈 등은 국내 최초 공개된다. 괴테의 고전적 주제를 차용한 ‘나의 파우스트’는 자본주의와 영성, 기술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하며, ‘전자초고속도로’는 세 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물리적 경계를 초월한 네트워크 사회의 가능성을 시각화하며, 초연결 시대의 소통방식을 예견한다. 또한 ‘고대기마인상’(1991)은 우양미술관 설립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서, 경주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인 기마 인물형 토기를 모티프로 삼았다.

 백남준은 이 유물에 ‘탈영토제국주의’ 개념을 결합해, “가장 빠른 정보 전달력이 새로운 권력의 기반이 된다”는 통찰을 몽골 기마 문화의 속도에 빗대 표현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네트워크 권력 구조를 선구적으로 읽어낸 작업으로, 기술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그의 실험정신을 응축한다.
이외에도 ‘음악 심(必)’, ‘푸가의 예술’은 비디오, 오브제, 사운드, 조형 구조물이 융합된 매체 실험의 대표작으로,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집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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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아코 보아포作. /우양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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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아코 보아포作. /우양미술관 제공

△아모아코 보아포 개인전: 경계를 넘어선 초상의 미학
제2전시실에서는 흙과 천을 활용한 인물 초상화로 유명한 아모아코 보아포의 개인전 ‘I Have Been There Before’가 열린다. 

아시아 최초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사적 경험과 미술사적 유산을 융합해 구축한 그의 독창적 화법을 조명하며, 흑인의 정체성을 단순한 피부색이 아닌 역사적 서사와 복합적 경험으로 재해석한다.

보아포는 손가락으로 직접 물감을 바르는 핑거페인팅 기법을 통해 인체를 조각적 형태로 재현한다. 이 기법은 회화의 평면성을 깨고 피부의 질감, 근육의 긴장, 표정의 미묘함을 생생하게 포착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존재감에 압도당하도록 이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활동 기간 중, 보아포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클림트의 장식적 화려함과 실레의 강렬한 신체 표현은 그의 화면 구도와 색채 구성에 스며들었으며, 특히 흑인의 피부색을 다층적으로 쌓아 올린 색면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회복의 서사를 시각화한다. 

전시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마지막 공간은 한국 전통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으로 채워진다. 가나 출신 건축가 글렌 드로쉬와의 협업으로 설계된 이 공간은 동서양의 문화적 접점을 상징하며, 보아포의 시각 언어와 한국의 역사적 정서가 상호작용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두 전시는 각각 기술과 예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접점에서 ‘연결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담론을 공유한다. 이는 2025 APEC의 지향점인 ‘혁신적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번영’과도 맥을 같이한다.

우양미술관 측은 “리모델링을 통해 확장된 공간과 첨단 시설을 갖춰 관객에게 더욱 풍부한 예술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미술의 저력과 세계적 작가의 창의성을 동시에 만나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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