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의 지시에 따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가 ‘판도라’라는 최초의 여자를 만들었다. 인간의 수호신인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판도라에게 반하여 결혼을 하자, 제우스가 선물로 상자 하나를 주면서 절대로 열어보지는 말라는 경고를 하였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한 판도라는 몰래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러자 그 속에선 증오, 질투, 잔인성, 분노, 가난, 고통, 질병 등 온갖 재앙들이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상자를 닫았지만 이미 모든 재앙들은 다 나온 뒤였다. 하지만 그 상자의 밑바닥에는 아직 하나가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반수가 찬성하여 이 시대의 판도라상자가 열렸다.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도 계몽하고 경고하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그 상자 안에서는 입법독재, 법치파괴, 외교·안보 파탄, 경제폭망, 윤리의식 실종, 자유민주주의체제 붕괴 같은 나라를 위태롭게 할 온갖 재앙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선으로 여당이 된 다수 의석의 국회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악법들을 마구잡이로 남발할 것이고, 한통속인 행정부는 기꺼이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 반대를 하거나 저항하는 자가 있으면 가차 없이 탄핵을 하거나 특검으로 처벌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법치파괴’라는 재앙이 횡행할 것이다. 검·경은 물론 사법부까지 양심이나 사법정의 따윈 다 팽개치고 알아서 기는 자들로 법치는 무너지고 삼권분립은 완전히 실종될 것이다. 권력의 주구가 된 사법부는 그들의 정적이나 반대파들은 잔인하게 보복하고 파멸시킬 것이다. 이미 기소되었거나 재판 중인 권력자의 수많은 혐의에 대해서는 원천무효 판결이 속출할 것이고, 이전 정권이나 우파정당의 인사들은 내란동조 세력으로 몰아서 사법처리 등의 족쇄를 채울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 윤리의식은 실종되고 선악의 가치관이 전도되는 혼란과 불법이 만연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나올 것은 ‘경제폭망’이라는 재앙이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포퓰리즘성 정책으로 경제는 악화일로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의 단맛에 취하고 조작된 통계에 현혹되어 서서히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대다수 국민들은 저도 모르게 삶겨져 갈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그러하듯, 쓰레기통을 뒤지면서도 권력자를 더욱 의지하게 되는 패망의 악순환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체제전복’아라는 재앙이다. 대한민국의 성립과 발전의 바탕이었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아예 사회주의 체제로 뒤집히게 될 것이다. 동시에 굳건한 방패막이였던 한미동맹은 균열이 가고 대신 친북·친중 정책이 노골화 될 것이다. 그것은 곧 국격의 추락과 국익의 손실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판도라상자 밑바닥에도 마지막 희망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양심과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각계 각층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고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