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돌이면서도 원주민인 사람
타인과의 경계가 그토록 마음에 걸렸을까
밤낮 없이 기웃거린 발걸음
나쁜 것을 먼저 배워 허무를 실천하는 사람
산에 가리고 강에 잠기면서
물음표 느낌표 다 깨물어먹고
맨발로
자기 속으로 숨는 사람
비겁함에 힘을 실어주고 웃는 사람
새털구름 잔주름 묻은 햇살을 녹인
소주 한 잔 마시고
그걸로 양치질하는 더러운 사람
보는 이 마음에 무혈입성하여 남긴 차가운 소인(消印)
그렇게 누구에게나 원죄는 있다고 다그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곧 사죄이며
소멸의 시작임을 가만히 지적하는
무기질의 비웃음 폴폴 날리며 걷는 사람
하늘엔 문이 없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문을 여는
마음이 예쁜 사람, 불치병이 없는 사람
그대 원주민이면서도 떠돌이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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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혹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이란 말을 나는 자주 사용한다. 그보다 더한 철학은 없다고 믿는다. 평범해서 눈부시다. 모든 사람의 생애가 반드시 그러하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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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