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일요일(11일) 경남 창녕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는 이익을 노리고 막 움직이다 보면 반드시 걸려 자빠지게 돼 있다. 어느 집단을 보니까 그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말을 인용했지만, 누가 들어도 국민의힘 후보 강제 교체 과정을 비웃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당 대선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 강제 교체하려던 시도를 당원들이 바로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이 후보 말대로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선주자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가 당권을 잡자마자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당 이미지를 쇄신시킨 것은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초선의 김용태 의원을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하고, 자신에게 험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시킨 것이다.
1990년생인 김 지명자는 당내 최연소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도 참여했다. 지난 10일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7명의 비대위원 중 유일하게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를 강제 교체하는 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당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개혁·포용 인사로 난국 수습에 나선 모습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젊고 개혁적인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워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포용력 있는 인사를 통해 당내 화합을 도모한 것은 국민의힘 이미지를 전격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금 국민의힘 중도층 외연 확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식선거운동 직전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김 후보가 전면에 나서 이 후보 대세론을 깨야 한다. 그러려면 최우선 선결과제가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대선이 민주당의 전략인 ‘윤석열과 이재명’ 대결 구도로 이어지면 국민의힘은 필패한다. 김 후보가 더 넓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 울타리 속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던 양향자 전 의원이 말했다시피, ‘후보자와 배우자만 빼고 다 바꾼다’는 심정으로 당과 자신을 새롭게 변신시켜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이낙연 전 총리 등과의 빅텐트 추진도 당의 외연확장 후에나 가능하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 후보로 가장 먼저 등록을 하고 부동층 지지자를 흡수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금으로선 이 후보가 자진해서 빅텐트에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를 단일화 테이블에 앉히려면 우선 김문수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오는 29일이면 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사전 투표일 전에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빅텐트가 구축되려면 18일, 23일, 27일 예정된 3차례 TV토론 등을 통해 김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수밖에 없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