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 피는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낮잠을 못 자겠다
배롱나무 꽃 돋는 소리가 얼마나 켜켜이 쌓이는지
술을 못 미루겠다
봄날은,
마음의 멍울이 망울로 돋고
비와 바람에 꽃이 피고 져서
아지랑이도 서로 비비고 꼬이면서
온도를 재촉하며
순서도 명분도 없이
무분별하나 조용한 소요를 양분 삼아
투명하게 바쁘게 서두르고 있다
그 욕심의 작은 서막(序幕)
혹은 사람의 길은 아닐지
다행인 것은 외롭고 가난해도
왠지 더 윤택해지는 봄날의 느낌
햇살 한 조각 허투루 낭비 않는,
가만히 있어도 촘촘하게 흐르는,
그 봄날의 역학(力學)을
도원정사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한 사람이 있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고 싶었다. 등대처럼 끊임없이 수신호를 보내는 사람이고 싶었다. 배경이 되고 노을이 되고 싶었다. 혼자면서도 더불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어머니는 시집을 간다고 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