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사 장독대
이곳이 여래장(如來藏)이다
뭇별과 초승달이 머무는 유니버스
바람도 흠칫 멈추고
종종걸음으로 지나간다
이곳이 청규(淸規)의 현재와 미래다
비가 내리면 스스로 정화가 된다
저 투박하나 은은한 하심(下心)
강물로 흐르고 있다
이곳이 일심(一心)의 바탕이다
너 죽고 나 살자 발악하면
우리는 나락에 머물 것이다
사람들이 빛과 소금으로 잘 어울리는 곳
여명(黎明)의 가능성이 폭발하는 시간
적절한 노동과 보상이 남실대는 공간
고소한 된장으로 익어가는 명상이 깊어
달빛보다 곱네.
..
오래 앉아서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거나 흘러가는 뭉개구름을 보는 여유를 누릴 마음을 낼 수 있으면 그냥 부자다. 굳이 보경사 장독대가 아니더라도 뒷마당의 그런 공간에서 오래 앉아 있고 싶다. 해바라기가 지그시 나를 내려다본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는데, 큰일이다.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