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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마저 지난 총선 꼴로 만들 건가

김진국 고문
등록일 2025-04-20 20:18 게재일 2025-04-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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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오랜 친구다. 전 전 대통령은 자기가 거친 자리 다섯 가지를 노 전 대통령에게 물려줬다고 회고록에 썼다. 구체적으로 열 거해 놓았다. 육군참모총장 수석부관, 경호실 작전차장보, 보안사령관, 민정당 총재, 그리고 대통령이다. 

대통령직을 넘겨준 뒤 두 사람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 전 전 대통령은 회 고록 2권 후반부에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과정을 상당 부분 할애 했다. 6·29선언이 나오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친구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표현 했다. 

두 사람은 6·29선언을 서로 자기가 결단했다고 주장한다. 전 전 대통령 회고 록에서 노 전 대통령은 소극적이고 겁이 많으면서 무리하게 양보를 요구하는 친구로 묘사돼 있다. 노 전 대통령 회고록에서 전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꿈 꾸고, 대통령직을 물려준 뒤에도 상왕이 되기를 노리는 권력욕이 넘치는 위험 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대체로 전 전 대통령의 말이 정설로 돼 있다. 누구 말이 사실이든, 전 전 대 통령이 후계자에게 자신을 밟고 가도록 허락한 것은 사실이다. 두 사람 다 물 러난 뒤에야 서로 공을 다퉜지만, 선거 때는 6.29선언이 완벽하게 노태우 후보 의 훈장으로 가슴에 달려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양 김 씨(김영 삼·김대중)를 분열시켜 노 후보가 이기도록 구도를 짠 것도 전 전 대통령이다. 

거기에 비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 이후의 보 수정당에 대해 애정이 없다. 강력한 통치자였던 전 전 대통령도 ‘나를 밟고 가 라’고 했는데, 윤 전 대통령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지난해 총선 때도 앞 장서 표를 떨어뜨려 공룡 야당을 만들어줬다.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의대 증원 이 오랜 진료 차질로 여론이 나빠졌다. 총선 직전 담화에서 수습책을 제시할 것으로 다들 기대했다. 그런데 오히려 강경한 어조로 기름을 부었다. 굳이 선 거를 앞두고, 출국금지 된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황급히 내보낸 것도 상식에 맞지 않았다. 

탄핵 뒤 윤 전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다 이기고 돌아왔다”, “3년을 하나 5년을 하나”(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상식만으로 해 석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거나 절제하는 모습 은 눈을 비벼도 보이지 않는다. 당장 위기 앞에서 보수 지지층이 뭉쳤다고 이 긴 게 아니다.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을 변호한 젊은 변호사들이 신당 추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4시간 만에 취소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저녁 식사를 함 께하던 변호사들이 “청년 지지층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라면서 신당 계획을 꺼 내자, 윤 전 대통령이 “중요하지. 해봐”라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 난리가 났다. 선 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쳐 야 할 때”라며 보류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금은’이라는 말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이 아닌 ‘나중 어느 때’에는 신당을 만들 ‘때’가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총선에서 ‘친박연대’처럼 ‘친윤’ 정당으로 나설 수도 있다. 대 선에서 지고, 국민의힘이 당권 싸움에 빠져도, 이 구상이 다시 떠오를 수 있 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새 길을 찾겠다”라며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 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었다.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말은 윤 전 대통령을 다시 권좌에 앉히자는 말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옥중 편지에서 처음 사용해 탄핵 반대 시위 자들의 구호가 됐다. 개헌해 다시 대통령이나 내각제 총리가 될 수도 있고, 보 수 집권 세력의 상왕이 되려 할 수도 있다. 

그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파괴했다. 형사재판 피의자 다. 그런데 국민에게 사과 한 마디 없다. 오히려 영향력을 키우겠다고 한다. 지난 총선처럼 나서면 나설수록 보수세력을 고립시키고, 분열시키고, 표를 깎 아 먹는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걸까.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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