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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방치로 터널 안전 위협, 대책 시급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4-21 15:25 게재일 2025-04-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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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압력계가 녹색이 아닌 다른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단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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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핀이 빠진 채 방치된 소화기. /단정민기자

포항지역 일부 터널에 설치된 소화기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차량 화재 발생 시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찾은 포항시 북구 서산터널은  양측 벽면에 설치된 소화기의 색깔이 바래고, 그 위에 먼지도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녹슨 철조망에 고정된 소화기를 들어 올리자 시커먼 흙먼지가 손바닥에 그대로 묻어 나왔다. 

소화기 제조일은 2019년 7월로 적혀 있었다. 유효기간이 10년이어서 앞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4년 남아 있었지만, 소화기 압력계는 이미 ‘0’에 가깝게 떨어져 있었다. 안전핀도 빠진 상태였다.

매일 아침 서산터널을 통해 출·퇴근하는 김모 씨(55)는 “차량 화재가 났을 때 저 소화기가 과연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수년간 방치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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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과 먼지가 뒤엉켜 있는 소화기. /단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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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 뒤덮인 소화기함. /단정민기자

대형 화물차량이 자주 오가는 포항시 남구 서원재 터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터널내 소화기 비상 표시등 아래 소화기함이 설치돼 있었지만, 까만 먼지에 뒤덮여 표시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소화기함 문은 단단히 고정돼 열리지 않았다. 

문이 파손된 소화기함에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 보이는 소화기 한 대가 비치돼 있었다. 거미줄과 먼지가 뒤엉켜 압력계는 물론 제조일 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모 씨(64)는 “터널 안에 소화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며 “이곳은 산업단지와 가까워 대형 화물차가 수시로 드나드는데, 화재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차량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소화기의 압력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거나 안전핀이 빠진 경우에는 소화약제의 정상적인 방출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태라면 실제 화재 시 소화기로서의 기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량 화재는 순식간에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람들이 통행하는 터널에서는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안전 점검을 실시했으며, 오는 6월 소화기 교체와 시설물 정비를 포함한 정기 점검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청 관계자는 “문제가 확인된 터널에 대해 이미 점검을 마쳤고, 조속히 정비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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