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발생한 경북산불의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악조건의 기상 상황과 이에 따른 산불 확산 예측 실패, 주민대피 체계 미흡 등이 꼽혔다.
16일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이 발표한 ‘초고속 산불 대비 주민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산불 확산 당시 ‘이상고온·극심한 건조·강한 돌풍’ 등 날씨가 최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국 평균 기온은 14.2도로 평년보다 6.4도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영남권은 최근 4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50% 이하로 떨어지며 건조한 상태가 이어졌다.
또 태풍급 강풍이 몰아치며 불씨가 먼 곳으로 날아가 경북 내륙지역인 안동에서 바닷가인 영덕까지 시간당 8.2㎞ 속도로 불씨가 확산했던 것으로 잠정 분석됐다.
기상악화 등으로 드론·헬기가 뜨지 못하면서 화선(火線·불의 띠) 정보를 얻지 못했고, 산불 확산 예측과 적절한 주민 대피 시점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
31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이어서 이동 능력과 수단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단전·통신망 두절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구형 휴대전화 사용 등 디지털 격차로 재난 문자를 받지 못한 취약계층이 대피 시점을 놓쳐 인명 피해가 커졌다.
산불 확산이 거센 상황에서 시·군 경계를 넘어선 대피 계획 역시 없었다.
인근에 불에 타기 쉬운 침엽수림이 있어 산불이 옮겨붙을 경우 피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도로’ 파악이 미흡했던 것으로 당국은 분석했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초대형 산불’ 가능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누차 경고됐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던 점도 아쉬웠던 부분으로 지적된다.
홍종완 행안부 사회재난실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과거 전문가들이 기상이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이번 산불의 양상과 확산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진행도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며 “관계기관이 함께 전력을 다해 대응했지만, 기존의 대응체계로는 일부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