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어려울 때 서로 나누며 사는 게 인생이야”

김세동 기자
등록일 2025-04-13 20:13 게재일 2025-04-14 3면
스크랩버튼
93세 노점상 박승분 할머니 산불 이재민 성금 100만원 기탁<br/>  산나물·쪽파·대파 다듬어 팔고 쑥떡 쪄서 한푼두푼 모은 ‘거금’<br/>“안동·청송은 영주의 이웃… 빨리 일상회복했으면” 잔잔한 감동
산불 이재민 성금 기탁한 박승분 할머니. /영주시 제공

“산불 피해로 다들 힘든 데 나누며 살아야지”

경북 영주에 사는 93세 박승분 할머니의 산불 이재민을 위한 성금 기탁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 할머니는 지난 10일 영주시 휴천2동 행정복지센터로 힘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호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 접었다가 쭉 펴서 봉투에 넣은 뭉칫돈 100만원을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전달했다. 고령의 어르신이 대뜸 내미는 돈봉투에 눈이 휘둥그레진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박 할머니는 “산불 이재민을 좀 돕고 싶어. 이걸 (그분들) 좀 전해줘”라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계절 산나물·쪽파·대파를 다듬어 팔고, 쑥떡을 쪄서 길가는 손님들에게 건네며 푼돈을 받는 노점상을 한다. 그만큼 박 할머니에게 현금 100만원은 ‘거금’이다.

5일장이 서는 영주시 원당로에 가면 A마트 앞 길거리에서 떡과 나물을 파는 박 할머니를 쉽게 찾아볼수 있다.

박 할머니는 “함께 나누며 사는게 인생이야. 살다보면 서로 도움이 필요할때가 누구나 있잖아.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은 돈이지만 기꺼이 내놨다”며 겸손해 했다. 이어 “산불 피해민들이 너무 안스러웠다. 얼마나 황당했을까를 생각하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나의) 작은 정성이라고 여겨주면 고맙겠다. 이재민들에게 깊은 마음의 위로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박 할머니가 사는 영주는 산불에 의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을 삽시간에 초토화시켰다.

박 할머니는 “어디에 사느냐가 뭐가 그리 중요해. 다 같은 우리 국민이지. 더구나 안동, 청송 같은 곳은 영주의 이웃이잖아”라며 성금기탁을 칭찬하는 주변인들 앞에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 할머니의 성금 기탁에 가족들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아들(59)은 “어머니께서 평소에도 남을 많이 배려하셨다. 불행한 일을 당한 이웃들과는 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분이시다. 이번에 산불 성금을 기탁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어머니가 더욱 존경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가 기탁한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지원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류대하 휴천2동장은 “따뜻한 마음으로 성금을 기탁해주신 박승분 어르신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박 할머니의 기부를 계기로 나눔 문화가 크게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의 성금기탁 장면을 지켜본 행정복지센터 직원들도 연신 허리를 굽히며 “할머니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세동기자

북부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