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 씨가 며칠 전 헌법재판관 세 명을 전격적으로 임명했다. 국회 추천 몫 마은혁 재판관 임명은 이미 헌재에서 임명 안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 문제가 없다. 그러나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크다. 비판 측에서는 두 사람의 과거 이력도 문제 삼고 있지만, 핵심은 권한대행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3월 24일 한덕수 탄핵소추 기각 판결문에도 이 문제가 담겨있다. 최형식, 조한창 두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는데, 그들은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이 문제로 탄핵소추하려면 소추안 발의와 의결에 대통령에 준하는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면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이 판결문을 보고 언뜻 조선시대 예송이 떠올랐다.
예송이란 효종이 사망하자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가 효종을 위해 어떤 상복을 입을 것이냐로 서인과 남인 두 정파가 대립한 사건이다. 이 논쟁의 핵심은 효종의 본질을 왕으로 볼 것인가 둘째아들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역할을 중시하여 효종의 본질을 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한덕수 탄핵소추 판결에서도 각하 의견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권한대행이 대통령 지명권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권한대행의 역할은 효종의 지위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단 효종은 공식적인 왕이었고 업무가 분명했으며 종신직이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은 공식적 직함도 아니고 권한대행의 권한과 한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으며 임시직이다. 권한대행의 애매한 포지션을 해결하기 위해 제20대 국회에서 민병두 의원 등 41명이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방법도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권한대행 체제는 비상시에 발생하는데, 권한 범위를 명문화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행을 보면 권한대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추론할 수 있다. 먼저, 권한대행 경호 인력은 대통령에 비해 현격히 적고 국무총리를 경호하는 세종시 경찰청에서 맡는다. 집무도 본래 업무 보는 곳을 근거지로 두고 대통령 업무를 볼 때만 대통령 집무실에 방문한다. 기재부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때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와 산청 산불 처리 업무는 기재부에서 담당했다. 외교에서도 권한대행은 한 나라의 수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권한대행이 명목상으로는 대통령의 권한을 가졌지만 국무총리가 본질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의 재판관 두 명을 임명한 것은 월권이다. 탄핵소추 같은 중요한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이미 2024년 10월 17일 국회 몫 3명의 재판권이 임기 만료된 후부터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이 임명된 12월 31일까지 6인 체제로 운영되었으니 대통령 지명 몫 헌법재판관 임명이 급한 것도 아니다.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은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