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스님 나의 음식’<br/><br/>정관 스님·후남 셀만 지음<br/>윌북 펴냄·종교
‘요리가 명상이며 수행’이라는 말처럼, 정관 스님의 첫 번째 요리 에세이 ‘정관스님 나의 음식’(윌북)은 사찰요리의 명장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관 스님의 철학과 요리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음식에 담긴 지혜와 정성스럽게 정리된 58개의 요리법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정관 스님은 독자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전달한다. 마치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고요한 기쁨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정관 스님은 17세에 출가해 50여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알리는 일에 헌신해왔다. 특히 그의 대표 음식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 등의 레시피를 이 책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며, 자연과 조화로운 섭생 방법과 소식을 통해 탐욕 없이 살아가는 법을 강조한다.
이 책은 또한 최소한의 재료에 시간을 더해 멋과 맛을 이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정관 스님은 제철 채소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섭생 방법을 깨우치고,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소식하며 탐욕 없이 살아가는 법을 되새긴다. 이러한 겸손과 절제, 그리고 가벼운 에너지는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위로를 제공한다. 정관 스님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이라고 믿으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정관 스님이 직접 집필한 레시피를 최초로 공개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의 시그니처 요리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부터 여름의 토마토장아찌, 가을의 우엉 고추장 양념구이, 그리고 각종 양념장과 청 담그는 방법까지 다양한 요리법이 담겨있다.
정관 스님과 스위스 출신 저널리스트 후남 셀만이 함께 작업한 이 책은 백양사 천진암 주지로서 정관 스님의 일상과 그가 음식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개한다. 흔히 승려가 채식주의자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불교 국가에서는 여전히 고기와 생선을 먹는 경우가 많다.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이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수행자를 위해 고안된 음식이라고 본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깨달음을 향한 수행이라고 규정한다. 음식을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더하기보다는 덜어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는 인생의 이치와도 같다고 말한다. 정관 스님은 한 끼의 식사가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를 찾고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관 스님은 195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뛰어난 음식 솜씨를 이어받았다. 출가한 이후, 그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연구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찰음식의 가치와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시즌3’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는 그를 ‘철학자 셰프’로 소개했다. 현재 매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방문객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그의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백양사 천진암을 찾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