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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등록일 2025-04-10 18:23 게재일 2025-04-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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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수필가
노병철수필가

어떤 때는 한 대 패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자기가 손해 보는 짓은 죽어도 하기 싫고 자기 생각만 옳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싸가지 없는 전형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인간은 모든 인간 삶 자체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듯했다. 세상 사람이 다 그렇게 살아가듯이 나도 다른 사람 인생에 디딤돌은 못될망정 걸림돌은 되지 않아야겠다 싶어 대충 맞춰주고 사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막가파 인간들에겐 왠지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혹자는 종교인이라면서 어찌 마음을 그렇게 나쁜 방향으로 먹느냐고 수양이 덜 됐다고 나무라지만, 수양은 수양이고 성질은 성질인 것 같다. “난 그 쪽 보다 이 쪽으로 가고 싶어.”“밥은 무슨 밥 그냥 허기만 달래면 되지.”어떤 때는 내가 제 놈의 ‘심부름꾼’이 된 느낌마저 들어서 혼자 여행길을 잡은 지가 꽤 된다. 동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나의 규칙에 따라줘야 하기에 처음 몇 번은 맞춰주더니만, 서로가 불편하니까 이젠 같이 가자는 말도 잘 안 한다. 그 지방 특색 있는 음식은 모조리 다 먹고 와야 하고 어지간하면 내가 보고 싶은 곳은 다 다녀야 하는 나의 특유의 여행습관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혼자 여행하는 인간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의 지병이 혼자 여행하는 것을 막았다. 운전대만 잡으면 잠이 쏟아지는 이상한 병이 내게 있다. 당뇨로 인한 졸음 현상이 심했다. 그래서 운전대를 오래 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나 편하자고 운전만 해 달라는 여행 동반자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관광버스 여행이었다. 아주 저렴하고 운전은 안 해도 되면서 음주가무는 전혀 없는 그런 여행만 전문으로 하는 관광버스들이 생겨났기에 정말 편했다.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혼자 아닌 혼자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요즘은 목적 여행을 시작했다. 목적이 같은 사람끼리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무리가 생겼다. 하지만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고 판단되면 같이 여행을 가지 않았다.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다니는 이상한 인간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나를 변하게 했는지 주위 좋은 사람들이 나를 바꿔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인식에 변화가 왔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이야기 중 여행을 가장 즐겁게 하려면 동행자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백번 동감한다. 하지만 이는 나 중심적 사고방식이다. 나를 기준으로 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다. 이게 맞는 것일까? 동행자에게 나의 여행습관까지 포기하면서도 맞춰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야 깨달았다. 남들이 보았을 때 ‘나’라는 인간도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 인간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론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부터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사람이 옆에 온다는 진리를 말이다. 사람이 사는데 네 가지 ‘연’이 있단다. 혈연, 학연, 지연 그리고 ‘인연’이란다. 그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은 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세월이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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