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천 물소리 맑으니
과연 세거(世居)할 만한 곳이다
안과 밖으로 닦아
문장(文章)과 산남의진(山南義陣)이
이렇게 교차하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향나무 냄새 쑥떡보다 깊다
우리가 불천위(不遷位)를 바라는가
망연한 불후(不朽)를 꿈꾸지 않고
오직 실용적으로 살자고 다짐한다
형식적인 솟음이 아니라
의지의 표상으로 뜻을 세움이라
헛것에 들썩이지 말고 오직 정좌(正坐)하여 정진하며
읽고 또 읽으리라
뼈에 새겨 각고라 했으니
성리(性理)가 사람의 길에 삐끗한다면
새로이 갈아치울 기개를 배우고
시대에 동참하는 열린 생각을 배우는 것이
학문의 길이 아니겠는가
귀 기울여 듣고 마음 낮추고
후세를 두려워하여
오늘을 직시하는 선비가 되는 것이
눈 밝은 조상의 가르침인 것을,
헌 신짝처럼 신념을 개량할 수 있는 것도
교조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
그리하여 동천(洞天)에 머물고자,
그래서 입암(立巖)이다
그래서 선비는 위태로운 사람이다.
어느 들판에서 쓰러지리라. 그 들판이 되어 벌떡 다시 일어나리라. 입신양명은 당대의 것이 아님을 명심하여 후세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님을 진력을 다해야 한다. 보조 지눌이 말했다. 땅으로 쓰러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선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