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 심상찮다. 최근 보수층 결집도가 느슨해지면서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말(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TK지역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50%, 민주당 22%로 나타났다.
여당 지지율이 우세하긴 하지만 갤럽의 그 전주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25%(75%→50%) 하락했고, 민주당은 8%(14%→22%) 상승했다. 보수안방의 ‘집토끼’가 부동층 또는 민주당 쪽으로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이번 갤럽조사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변화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40%로 집계됐지만, 중도층만 분석해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20%p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중도층 민심은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중도층은 비상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만약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당 후보의 승산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여당을 극우정당으로 몰아붙이며 중도보수를 겨냥해 펜스를 넓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속세 감면 정책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과세표준 18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웬만한 집 한 채 소유자가 사망해도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상속세에 민감한 청장년층을 비롯해 중도·보수표를 충분히 잠식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서 공약으로 내건 ‘감세 의제’를 통해 중도층 공략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몸은 좌파이면서 입으로만 보수를 외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 이에 맞설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붙잡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일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강성 지지층만으론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소수다. 지난주 본격적인 대선 출마 행보를 시작한 안철수 의원이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어 이들과 단결하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수적으로는 30% 정도”라고 한 발언에 일리가 있다.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임박하자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세력을 규합하는데 올인하고 있는 당내 친윤계와 다수의 TK의원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조기 대선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중도층 민심을 잡을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그러려면 우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계엄의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침묵하면서도 국민의힘 행보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중도층을 공략할 구체적인 민생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꼭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야당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