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윤 대통령이 ‘통합의 정치’할 수 있을까

등록일 2025-02-23 20:20 게재일 2025-02-24 4면
스크랩버튼
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지난 주말 대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서울 시내 중심가는 물론 대전, 인천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가까운 거리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대구에서는 동성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집회와 탄핵하라는 집회가 차례로 열렸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광장 민주주의가 득세하면 대한민국도 남미처럼 나락으로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는 “(윤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오시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좌우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역사 강사 전한길 씨도 집회에서 “지역·세대·성별·노사 간의 갈등을 넘어 국민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동화면세점 앞 국민변호인단집회에 참석한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빨리 직무 복귀를 해서 세대 통합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양 진영이 모두 국민 통합을 주장한다. 그럴수록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진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방향은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을 마지막 변론기일로 잡았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도 시간제한 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의 전례를 참고하면 내달 중순쯤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탄핵이 인용된다, 기각된다, 주장이 팽팽하다. 예단은 일단 접어두자.

탄핵을 인용하면 탄핵 반대파가 수용할까. 전국에서 규탄 집회가 벌어질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와 같은 난동이 다시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이는 탄핵 반대운동을 이끌어온 정치·종교·사회 지도자다. 지금처럼 날을 세워서는 격분한 군중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탄핵이 기각되면 또 어떨까.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항의 집회, 하야 운동이 벌어진다.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상대한 적이 없다. 민주당이 기각 결정을 수용할까. 윤 대통령에게 협조할까. 오히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과 국무위원 탄핵공세로 몰아붙이지 않을까. 어느 쪽으로 가도 나라가 두 쪽 날 판이라 걱정이다. 그래도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 선거가 정국을 압도하게 된다. 그 대선에서도 탄핵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겠지만,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탄핵이 기각되면 더 큰 숙제가 뒤따른다. 윤 대통령이 헌재로부터 비상계엄이 합법이라고 공인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상계엄 카드를 다시 꺼내지 않을까. 민주당은 절대다수 의석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 대응수단으로 비상계엄 카드를 빼어 들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비상계엄이 국회를 통제하는 상시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때 비상계엄은 이번과는 다를 것이다. 예행연습을 해봤다. ‘재수(再修)’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못할 수 있다. 리스트에 있는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이는 데도 성공할 것이다.

그 뒤에 민주당 대통령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 대통령도 비상계엄으로 국민의힘을 무력화하고,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 하지 않을까. 그때는 보수세력이 저항운동을 벌이겠지만, 계엄이 일상화하고, 나라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후퇴한 대표 사례로 세계 정치학자들의 연구 대상에 오르내릴 것이다.

어느 쪽이건 윤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은 쉽지 않다. 탄핵 반대운동 세력을 세대별로 확산하는 건 진영 내 결속일뿐, 국민통합은 아니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떠나 민주당으로 대거 이동했다. 국민의힘은 한 주 전보다 10% 떨어져 22%, 민주당은 5% 올라 42%였다. 거의 갑절차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의 윤 대통령 감싸기가 선을 넘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조국 사태 때 이미 경험했다. 지금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건 무엇일까. 홍 시장 주장처럼 광장의 목소리가 국민 통합의 답이 될 수는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김진국의 ‘정치 풍향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