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br/><br/>크리스토퍼 재너웨이 지음<br/>21세기북스 펴냄·인문
최근 한국에서는 열풍이라 불릴 만큼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니체 역시 서양 철학자 중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인물이다.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21세기북스)는 고통의 문제와 직접 대결한 두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과 통찰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철학자의 저서는 주로 명언을 모아 전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신간은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고 두 철학자의 철학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다. 쇼펜하우어가 당대 지식 체계를 거부하며 자신의 염세주의를 어떻게 주장했는지, 니체가 100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켰는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영국 사우샘프턴대 철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그동안 너무 쉽게 다가온 것은 누군가 그들의 사유를 납작하게 찍어 눌러 판매하기 쉽게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니체가 쇼펜하우어와 타협했던 문제들, 예컨대 신의 죽음, 존재의 의미, 고통, 연민, 의지, 기독교적 가치, 삶의 긍정이나 부정 등이 니체 철학에서 가장 성과 있고 핵심적인 측면이자,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강력하게 참여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이 책이 듣기 좋은 문장만 추려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유의지, 사랑, 고통의 의미 등에 대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답이 이 책에 수록돼 있다. 독자는 이에 동의하거나 반대하고, 반대한다면 어떤 근거로 반대할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 크리스토퍼 재너웨이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정통한 영국의 철학자로서 이들에 관한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명성을 갖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두 사상가를 한데 묶어 논하는데, 이는 니체가 쇼펜하우어와 타협해야 했던 문제들이 니체 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강력하게 참여하는 영역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은 쇼펜하우어 철학 전체의 중심 개념인 ‘의지’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행복이 좌절되거나 실현 불가능해지는 많은 상황을 묘사하며, 의지가 우리의 의식적인 삶에 침투해 훼방을 놓는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관점적인 앎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단순히 학문적 연구 대상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불안과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철학자의 유명한 문장만을 나열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존의 철학 도서들의 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또한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풀어서 설명한다.
특히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와 니체의 실천적 철학을 단순히 대립적인 개념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두 철학자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쇼펜하우어가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냉철하게 분석했다면, 니체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저자는 이런 분석을 통해 철학이 단순히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유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라는 두 사상가를 한데 묶어 논하는 것은 니체가 쇼펜하우어와 타협해야 했던 문제들, 즉 신의 죽음, 존재의 의미, 고통, 연민, 의지, 기독교적 가치, 삶의 긍정이나 부정 등이 니체 철학에서 가장 성과 있고 핵심적인 측면이자,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강력하게 참여하는 영역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P. 14)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