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문수·유승민·이철우·홍준표 野 김부겸·이재명
헌법재판소가 3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시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 간 빅매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K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지역 출신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TK출신들이 부상하면서 지역 출신의 대통령이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K출신 대선 후보로, 여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유승민 전 의원·이철우 경북지사·홍준표 대구시장,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차기 권력에 가장 근접한 인사는 안동 출신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각종 여론조사 차기 대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조기 정계 복귀 논란, 22대 총선 ‘친명횡재 비명학살’논란이 있었음에도 특유의 돌파력으로 민주당을 장악했다. 그 결과 22대 총선 이후 민주당 내 비명계와 친문계는 완전히 몰락하면서 이 대표를 반대하는 견제 세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사법리스크라는 불안 요소도 있지만 현 시점에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변수도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변수가 생긴다면 상주 출신으로 대구 수성갑에서 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영천 출신 3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장관이 보수진영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 장관은 여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국무위원들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장면이 화제가 된 것이 지지율 상승 비결로 꼽힌다. 만약 이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김 장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다면 ‘경기도지사·TK 출신’대결이 성사된다.
김천고 출신으로 김천에서 국회의원 3선을 하고 2018년 경북지사가 된 이철우 지사도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월 8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대규모 집회가 열린 동대구역 광장에 등장한 이 지사는 애국가를 불러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TK가 보수의 본산이라면, 이 지사가 그 중심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도 이 지사의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김관용 전 지사처럼 대선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구 영남중·고를 졸업하고 21대 총선 당시 대구 수성을 지역에서 당선된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 과정을 비판하며 전통 지지층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정국에 대해 논의하고 대선 출마 등과 관련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며 원내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앙정치권에선 김 장관, 이 지사, 홍 시장이 조기 대선을 대비해 서울 여의도 일대 대선 캠프 사무실을 계약하거나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경북고를 나와 대구 동을에서 4선을 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영락회 포럼에서 1시간 30분가량 특강을 하는 등 ‘배신자 프레임’을 깨트리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중도 확장을 통한 대선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TK 정치권 한 인사는 “조기 대선이 확정된다면 야권에서는 TK출신 이 대표가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 본다. 다만 이 대표가 TK에서 ‘반이재명 정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에서 TK출신 대선 후보가 선출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TK출신과 비TK출신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