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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할 결심

등록일 2025-02-02 18:12 게재일 2025-0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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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2025년이 한 달은 지났지만, 설을 맞아 지난 한달간 미처 챙기지 못한 새해 다짐을 되새겨본다. 며칠 전 비슷한 나이대 주부 몇 명이 모여 새해 계획을 세웠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면 아이디어도 공유할 수 있고 실행력도 높아진다. 작년에도 비전 찾기 작업을 했는데, 올해는 만다라트를 채우는 방식으로 했다.

사각형을 가로세로 삼등분해서 아홉 개 네모 칸이 생기면 그 아홉 칸도 다 아홉 칸을 만든다음, 한가운데 칸에 올해의 핵심 목표를 쓰고, 한가운데 칸을 둘러싼 8개 칸에 그 핵심 목표를 세우기 위한 하위 목표를 채운다. 그러고 나서 가운데 칸을 둘러싼 8개 네모 칸의 가운데 칸에 하위 목표를 쓴 다음 그 하위 목표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둘레의 8개 네모 칸에 채우는 방식이다. 이 만다라트는 일본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15살에 이 방법을 사용하여 목표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30세로, 그동안 쌓은 성적도 우수하지만 앞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전도유망한 야구 선수라고 한다.

2025년 한 해의 핵심 목표를 세우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어릴 때라면 목표 세우기가 쉽겠지만, 노년을 향해 가는 처지에서 목표를 세운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장 시급하게 해결하고 싶은 목표를 잡아 칸을 채워나갔다.

A는 월 500만 원 수입을 목표로 삼았고, B는 월 100만 원 수입을 목표로 삼았다. C는 정리의 여왕 되기를 목표로 삼았고, D는 책 두 권 쓰기를 목표로 삼았다. 목표는 다르지만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하위 목표는 공통점이 많았다. 모두 체력 관리와 건강 지수 높이기, 멘탈 관리를 위한 공부와 명상을 꼽았다. 그런데 이렇게 세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독’해야 한다는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독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나만 아는 영역을 관리하는 것으로, 자신을 스스로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같이 할 수 있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의 몫이다.

본래 ‘신독’은 유교 경전인 ‘대학’과 ‘중용’에서 강조하는 덕목으로, 윤리 실천을 위한 기초활동이다. 자신에게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기 위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일거수일투족을 자신의 지향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삶은 남이 알지 못하니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스스로 책임지는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실천하려면 남이 보지 않을 때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신독의 효과는 단지 개인적인 자기 관리에 머물지 않는다. 합리적인 사고와 꾸준한 실천은 신독에서 나온다. 갑작스레 닥치는 부당한 상황에서 바르게 처신할 수 있는 힘도 키워준다. 신독할 줄 모르면 하늘에서 복이 떨어지기를 바라게 되고, 빨리 얻을 수만 있다면 무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비상시국일수록 나를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신독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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