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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정파성, 법에 대한 신뢰 붕괴시킨다

등록일 2025-01-30 19:56 게재일 2025-01-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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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가장 힘겹지만 새로운 세상을 목도할 9부 능선을 지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듣기에 따라서는 ‘조기대선’을 떠올릴 수 있는 글이다. 야권에선 이미 “꽃피는 봄으로 예상되는 대선에 올인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문형배 소장 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 2명의 퇴임이 4월 중순 예정돼 있어 헌재가 3월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원하는 4월 조기대선이 가능해진다.

조기대선은 헌재 손에 달렸다. 이 대표가 ‘9부 능선’을 자신 있게 언급한 것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헌재는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위헌 여부를 2월 3일 선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권한쟁의심판 접수부터 선고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는 일정이어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헌재는 통상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선고하는데 이 사건 선고를 위해 특별기일(월요일)까지 잡았다. 최대한 서두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 후보자는 지난 2009년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민노당 보좌진 등에 대해 1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려 정치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지금 헌재에는 마 후보자 사건보다 먼저 제기된 탄핵심판 사건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다. 한 총리 탄핵심판은 국정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히 결론을 내야 하는 사안이다. 헌재가 국정안정보다 진영논리를 우선시한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골수 좌파 재판관이 한 명 더 있어야 대통령을 확실하게 파면시킬 수 있다는 헌재의 조급함이 드러났다”면서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의 정파성은 지난 2023년 3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 심판에서도 논란이 됐다. 헌재는 당시 진보성향 재판관들이 주도해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검수완박법 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국가의 헌법적 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이다.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은 국민의 법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연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정파성이 개입돼선 안 된다. 오직 헌법정신에 충실한 심판을 해야 한다. 만약 이번 심판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국민적 저항이 따를 뿐 아니라 헌재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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