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특기할 만한 시기였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자랑하던 나라가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나라의 방향성과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민주주의의 기본 틀이 흔들렸고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이 시기는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기회가 아닌가.
대한민국은 지난 60여 년간 놀라운 경제적, 정치적 변화와 성장을 이루었다. 그랬음에도, 지난 두해 반동안 우리는 정치적 리더십의 실패와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목격했다.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는 이 나라의 파행을 목도하면서 상당한 혼돈을 경험했으며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의아하게 여겼다.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 거듭되는 거짓말과 권력남용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권 전반에 대한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놀랍게도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던 정치인이 이를 배신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패배감은 국민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우리는 흐르는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교훈을 건져올려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멈춰 있을 수 없으며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와 공적관념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기본은 국민의 신뢰가 아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회복해야 한다. 법치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공정한 사법 시스템과 권력의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동안 우리는 극단적 대립과 분열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고,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 소외된 계층과 낙후된 지역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연대의 소중함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위협적인 환경위기로 기존의 경제모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속가능성을 핵심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첨단기술 산업에 주목하고 투자하며 청년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장려하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한국의 전통과 현대성을 융합하는 방식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었다. 나라가 직면한 문제가 작지 않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국민이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세대와 세계적 흐름을 고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한 원칙 위에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