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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국제외교

등록일 2025-01-12 19:32 게재일 2025-01-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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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가 모델 만든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외교역량이 돋보인다. APEC 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국의 경제협력을 위해 모인 기구이기 때문에, 이번 경주회의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게 되면 경북도의 글로벌 경제적 위상도 격상된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계속되는 국정 공백상태에서 지방정부 단체장의 외교역량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지사의 외교력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7일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2024 리마 APEC 정상회의’에서 선보였다. 당시 광역단체장으로선 처음으로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리마 회의에 참석한 이 지사가 외신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모습은 경북도가 국제외교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APEC 회의는 다음달 24일부터 3월 9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첫 고위관리회의(SOM 1)가 개막하면 실질적으로 카운트다운된다. 외교부는 지난 연말 이미 SOM에 참석할 각국 외교부 고위관리들을 초청해 둔 상태다. SOM은 ‘APEC 장관회의’와 함께 정상회의 주요 의제에 관한 협의와 결정을 이끄는 핵심협의체다. 참석인원도 2000여명에 이르며, 정상회의 예행연습 성격을 띤다.

현재 경북도는 외교부 지원을 받아 SOM 첫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분주하다. 최근 고위관리회의 주요멤버들의 입출국과 수송, 관광 지원을 맡을 자원봉사자 신청을 마감한 상태다. 경북도는 APEC 회원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도 일정 인원 선발해, 한국과 회원국 간 가교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지난 9일에는 APEC 회원국과의 소통채널을 담당할 외교 특별정책위원을 위촉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영국·이스라엘 대사, 외교부 차관 역임)와 신봉길 한국외교협회 회장(인도·요르단 대사 역임),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국제학·국제관계 전문가), 임종령 서울외국어대학원 교수(정부기관 제1호 동시통역사),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위원이다. 위원들은 APEC 회원국과 다국적 기업인과의 소통창구가 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이 지사에게 외교자문을 할 수 있다. 경북도는 처음으로 경주를 방문하는 SOM 참석자들이 신라 천년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주 SNS를 통해 APEC 회원국에 ‘여야정 공동사절단’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경주APEC CEO서밋의장)을 파견하자고 제안했다. 정치적 혼란에 대한 각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아직 여야와 정부측 응답이 없는 상태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 공백상태에서 APEC 회의를 준비하는 엔진동력이 중앙정부가 아니라 경북도가 된 느낌이 든다.

사실 지방정부 외교는 국가외교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일 수 있다. 특히 지방에서 개최되는 국가행사는 해당 지역 단체장이 정부관료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북도를 APEC 회의 준비의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경북도가 요구하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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